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5·18 관련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불출석 중인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또 다시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 나타나면서 광주시민들이 들끓고 있다. 발포 명령을 부인한 전 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은 광주와 상관이 없다”며 자신에게 부과된 1,000억원대 추징금 역시 납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일관했다. 이런 내용은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인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측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지난 7일 공개됐다. 전 전 대통령은 앞선 올해 1월에도 부인인 이순자(80)씨와 함께 골프장에서 목격된 바 있다.
광주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5ㆍ18 유족회ㆍ부상자회ㆍ구속부상자회ㆍ기념재단은 8일 공동 성명을 내고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의 국민우롱과 법정 모독은 구속재판으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오월단체와 전 회원들은 국민과 역사를 보란 듯이 우롱하고 있는 전두환의 후안무치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재판부는 전두환을 즉각 강제 구인하여 구속한 후 재판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1997년 4월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해 전두환은 광주학살의 책임자임이 명백해졌다”며 “그는 여전히 광주학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심지어 ‘그것은 광주에 가서 물어보라’는 뻔뻔스러운 태도와 더불어 추징금 미납에 대해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았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부와 사법부 전체에 대한 모독이며 대법원의 판결까지 부정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에게 역사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두려움을 갖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골프를 치는 모습을 통해 분명해졌다”며 “재판부는 법정을 모독하고 법치를 부정한 전두환을 즉각 구속해 국민과 역사의 준엄함, 법치의 엄정함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등의 법률위반에 대한 11일 재판에 전두환을 강제구인하고 법정구속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 분노가 큰데 전두환씨의 은닉재산을 찾아내려는 국세청과 세무서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하자 “금융실명제법이 개정돼 체납자의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친인척에 대해서도 금융조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조회를 적극 활용해 체납징수를 노력하고 재산을 은닉한 혐의가 있으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5ㆍ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지칭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 재판은 11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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