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퇴역 군인 릭 레스콜라의 대통령 명예 훈장 추서 행사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양국의 ‘관세 철폐’ 합의 뉴스로 진화되는 분위기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이날 미중 간 고율 관세 철폐 소식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화답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182.24포인트(0.66%) 오른 2만7,674.80포인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날에 비해 8.40포인트(0.27%) 상승한 3,085.18로 장을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역대 최고치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올랐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0.2%포인트 뛴 이후 최대폭인 14bp(0.1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가가 크게 올랐다. 새로운 기록이다. 즐겨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뜨거운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백악관에서는 관세 철폐를 놓고 여전히 이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백악관 내부의 대(對)중 강경파들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중국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일방적 발표를 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확실한 답을 해줘야 할 트럼프 대통령은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실제 양국이 합의를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앞서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은 협의가 진전됨에 따라 서로의 상품에 부과한 기존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합의 체결에 대해 “(미국은) 매우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셤 대변인은 “내가 중국과의 논의보다 앞서 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곧 합의에 이르리라는 점에 매우 낙관한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관세의 단계적 철폐’ 내용이 담긴 계획은 백악관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단계 미중 무역협상 합의안에 기존 관세 철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지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은 “그렇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내 분열이 수면으로 드러난 셈이다.

미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공방을 벌이는 커들로 위원장과 나바로 국장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나바로 국장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의 ‘루 돕스 투나잇’ 프로에 출연해 “현재 1단계에서 기존의 관세를 철폐한다는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서는 중국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관세 철회 합의를 앞서 발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 다지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닉 마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중국은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백악관 당국자들의 혼선 상황에 대해 “이미 어제(7일) 상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전면적이고 충분하게 설명을 했다”며 “그 외에 더 보충할 내용은 없다”고 발언했다. 관세 철폐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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