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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전 남편 이어 의붓아들도? 고유정 수사 어디까지…

입력
2019.1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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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의붓아들 살해, 정황증거 충분” 추가 기소 

 전 남편 살해 혐의 두고 6차 공판까지 공방 진행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9월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전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9월 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고유정(36).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인데요. 지난 7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습니다.

제주지검은 재판부에 현재 진행 중인 전 남편 살인사건과 의붓아들 살인사건 병합을 신청했다고 밝혔는데요.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는 없지만 정황 증거들이 충분하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검찰은 어떤 이유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을까요?

 ◇고유정 범행 정황증거는? 

고유정이 의붓아들 A군(5)을 살해한 것으로 검찰이 추정하는 시기는 지난 3월 2일 새벽입니다.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아빠와 함께 잠든 A군은 피를 흘린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유정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잠버릇이 험한 남편에게 의붓아들이 깔려 질식사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검찰은 7일 수사 결과 발표에선 고유정이 자고 있던 A군의 얼굴을 10분 이상 눌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군 몸에서 강하게 눌린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고유정이 2017년 현재 남편과 재혼한 이후 두 차례 유산을 겪는 과정에서 현 남편이 의붓아들만 챙기는 모습에 적개심을 품고 A군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고유정은 자신이 유산을 한 시기에 현 남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 A군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갓 품은 아이도 못 지키는 주제에 보란 듯이 네 자식 사진을 걸어놓고 뿌듯하냐’ ‘다른 XX들은 당신에게 뭐가 되느냐. 능멸하는 거냐’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강한 적개심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고유정이 9월 30일 오후 네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고유정이 9월 30일 오후 네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이 밖에도 △A군과 함께 잠을 자던 고유정의 현 남편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 △A군이 숨진 시점 고유정 휴대전화 분석 등을 통해 고유정이 잠들지 않고 깨어 있었다는 정황 증거도 확보됐습니다. 특히 A군이 숨진 시점에 고유정이 깨어 있었다는 점은 “사건 당일 나는 남편과 A군이 자는 방이 아닌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어서 몰랐다”는 기존 고유정 경찰 진술과는 배치된다는 게 검찰 설명입니다. 또 현 남편 몸에서 나온 수면유도제 성분이 고유정이 지난해 11월 처방 받은 것과 동일한 성분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은 고유정이 현 남편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여 잠재운 뒤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황 증거를 토대로 경찰, 검찰은 프로파일러, 법의학 전문가 등의 분석을 참고해 A군 사건을 고유정에 의한 살인으로 최종 결론 지었습니다.

과실치사 혐의를 받던 고유정의 현 남편 B(37)씨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사건 초기 B씨는 잠을 자다 실수로 아이 몸을 눌러 죽게 한 것 아니냐는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기도 했죠. 이에 B씨는 자신이 졸지에 친아들을 숨지게 한 아버지가 돼 8개월여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심경을 토로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유정 남편은 왜 분노하나? 

한순간에 아들을 잃어버린 B씨는 지난 7일 SNS를 통해 고유정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는 “(고유정이 머리를 눌러 살해하던) 끔찍하고 괴로운 10분 동안 아들이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며 “약물에 취해 자고 있던 아빠를 얼마나 애타게 불렀을까”라고 자책했습니다. 이어 “고유정은 남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보겠다고 가증스러운 변명과 거짓 눈물, 유치한 연기 등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폭력적이고 교활하며 추악한 악마”라고 분노했습니다. B씨는 “우리 모두를 속일 수 없다”며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심정을 전했습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8월 12일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고유정 재판, 남은 쟁점은?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C(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살인과 사체손괴ㆍ은닉 혐의로 지난 7월 1일 구속기소 된 이후 6차례의 공판이 열렸습니다.

숨진 전 남편 측 변호를 맡고 있는 강문혁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4일 열린 고유정 사건 6차 공판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저는 피해자 아들 진술이 고유정의 계획 살인 범행을 입증할 스모킹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들은 명백히 범행 당일 ‘삼촌(피해자인 전 남편)이랑 자기(아들)는 엄마가 만들어준 카레를 먹었고 엄마는 먹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고유정은 지속적으로 피해자인 전 남편은 카레를 먹지 않았고, 아들과 자기만 카레를 먹었다고 주장했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너무 뻔한 사실이다. 이것으로 수면유도제 성분이 들어간 카레를 먹여 피해자를 무력화 시켰다는 이 사건 범행의 핵심 전제가 명백히 입증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 변호사는 “고유정과 펜션 주인 통화 내용이 화제가 됐다”며 “대화 내용도 현장에서 방청석이 웅성거릴 만큼 충격적이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당’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 세상 친절하고 애교섞인 말투로 펜션 주인과 아들에게 말하는데 그 때는 피해자를 14회 이상 칼로 찔러 살해한 직후로 추정되는 시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물감놀이를 하고 왔다는 식으로 상황을 둘러댄다”며 “이보다 끔찍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통화 내용에 대해 고유정 변호인은 당시 고유정이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침착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고유정이 (전 남편과) 저녁뿐만 아니라 아침에 먹을 음식까지 함께 구입한 점 등으로 볼 때 범행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재판부에 고유정 전 남편 살해사건과 의붓아들 사망 건도 함께 재판 받을 수 있도록 병합 신청을 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병합 심리 신청 채택 여부는 오는 18일 열리는 고유정의 7차 공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고유정은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모두 잔인하게 죽인 걸까요? 아니면 자신은 억울하다고 하는 고유정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요?

 ☞여기서 잠깐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이란?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펜션에서 수면제 졸피뎀을 이용해 전 남편 C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고유정은 이후 연안여객선을 타고 시신을 실은 차량과 함께 제주를 빠져나가 바다에 시신을 버린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습니다. 고유정 전 남편 유족 측은 사건이 일어난 지 석 달이 지난 8월 말에야 시신 없는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C씨의 시신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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