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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ㆍ외고 일괄폐지… 롤러코스터 교육부, 국민은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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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ㆍ외고 일괄폐지… 롤러코스터 교육부, 국민은 어지럽다

입력
2019.11.08 04:40
수정
2019.11.08 10: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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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5개교 일반고 전환… 다음 정부로 시행 미뤄 실현 여부 불투명

교육부 석달 전엔 “단계적 전환”… 文대통령 고교서열 해소 주문에 선회

유은혜(왼쪽에서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왼쪽에서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가 6년 뒤인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 교육부는 즉각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실제 시행 시기가 다음 정부라, 벌써부터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재지정 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을 고수하다 갑자기 일괄 폐지로 전환 방식을 번복한 데 대해서도, 교육부가 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으로 학부모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로 유형화된 고교체제가 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의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 심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2025년부터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1974년 평준화 정책의 보완 성격으로 1992년 도입한 외고는 33년만에, 1998년 도입한 국제고는 27년만에, 2001년 도입한 자사고는 24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일괄 전환 대상 학교는 외고 30개교와 국제고 7개교, 자사고 38개교 등 모두 75개교다.

일반고로 전환돼도 ‘○○외고’와 같은 학교 이름은 그대로 쓸 수 있다. 특성화된 교육과정도 현행대로 운영한다. 다만 이들 학교가 우수 학생을 선점한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있었던 ‘학생 선발권’이 없어지고, 학교 소재지 관할 시도교육청의 고입 기본계획에 따라 학생 모집을 해야 한다.

전국단위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를 예로 들면, 지금은 전국의 모든 지역 학생이 상산고에 지원 가능하다. 학교장이 선발 권한을 가지고 서류,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학생을 뽑는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25년 3월부터는 전북도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상산고 소재지인 전주에 거주하는 학생만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학생 배정 권한은 도교육감이 가지며 전산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서울의 대원외고도 당해 서울시교육청의 일반고 배정 방식과 동일하게 학생을 뽑게 된다. 교육부는 다만 과학고, 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진학률이 80% 수준에 달하는 등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된다며 존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당장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올해 안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삭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전환 시기는 올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학교들의 다음 재지정 평가 때인 2025년으로 6년간 유예된다. 현 정부와 정책 기조가 다른 정부가 얼마든지 시행령을 재개정해 번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5년 자사고, 외고 학생모집방식 변경 예시. 그래픽=신동준 기자
2025년 자사고, 외고 학생모집방식 변경 예시. 그래픽=신동준 기자

백년지대계인 교육제도가 뒤바뀌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교육부가 학생, 학부모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이들 학교를 재지정 평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대입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고교서열화 해소를 주문하자 일괄 폐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시 확대는 없다’던 교육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입장을 곧장 뒤집은 것도 교육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 발언을 하기 전날까지도 유은혜 장관은 “정시 확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하지만 사흘 뒤인 25일 유 장관은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국민의 뜻을 존중해 정시 수능 위주 비율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교육부는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 이후 자신들의 입장이 바뀌게 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교육행정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정치적 이해 득실을 따지지 말고, 정부와 여당에 일관된 정책방향을 주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중3 학부모 이모(46)씨는 “당사자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불만 잠재우기용으로 교육 정책을 졸속 발표하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평했다.

교육계에선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과 ‘정시 확대’는 공존이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의 핵심인 고교학점제는 정시의 영향력을 최대한 약화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일반고 일괄 전환과 정시 확대 기조가 충돌해 모호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교육 철학 없이 정무적 판단을 하다 보니까 전체 교육 정책의 스텝이 꼬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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