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검찰, 트위터 전 직원 2명 기소
6,000명 개인정보 활용 사우디 스파이 노릇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의 전직 직원 두 명이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반체제 인사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된 가운데, 각국 인권활동가와 야권 인사들의 정부 비판 통로로 기능해온 트위터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6일(현지시간) 트위터 재직 당시 사우디 정부와 왕가가 지목한 계정들을 들여다보며 각종 정보를 불법 수집한 스파이 혐의로 사우디 국적의 알리 알자바라와 미국 국적 아흐마드 아부아모를 기소했다. 해당 직원들을 포섭한 뒤 연락책 역할을 한 사우디인 아흐메드 알무타이리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아부아모만 전날 시애틀에서 체포됐고, 사우디에 체류하고 있는 나머지 둘은 수배 중이다.
소장에 따르면 이들의 첩보활동은 사우디 국왕이 즉위한 2015년에 집중됐다. 당시 트위터사에서 미디어 파트너십 매니저로 근무했던 아부아모는 왕가의 부패를 폭로하며 유명해진 익명 계정(@Mujtahidd)을 포함, 사우디 정부와 왕실을 비판해온 주요 사용자 3명을 집중 감시했다. 웹 엔지니어였던 알자바라는 6,000개 이상의 트위터 계정을 열람해 사용자들의 이메일과 IP주소, 생년월일 등을 사우디 측에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그 대가로 이들은 수십만 달러의 현금과 고급 시계를 챙겼다.
WP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가 왕세자의 자선단체 ‘MiSK’ 관계자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소장은 해당 관계자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위해, 지시를 받아 그의 온라인상 평판을 살폈다”고 적시했고, 바로 이 무렵 무함마드 왕세자가 실세로 부상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살해당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지인이 사찰 대상에 포함된 점도 의미심장하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SNS 업체들의 개인정보 보안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트위터는 성명을 내고 “그간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해온 많은 이용자들이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우리는 다양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소수의 훈련된 직원들만이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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