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하트 협상 대표, 한반도 바깥 전력 비용까지 요구… 3차 협상 한국 떠보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게 분담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돈의 액수는 연간 49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이 금액으로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미국의 목표다. 그러나 목적을 이루려면 근 30년 유지돼온 동맹 간 약속의 틀을 깨야 한다. 이미 끓기 시작한 한국 내 비판 여론도 넘기 힘든 벽이다.
7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올 9월 시작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을 통해 미국이 최초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 규모는 49억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소식통은 “훨씬 더 큰 돈을 한반도 방위에 쓰고 있지만 일부만 요구한다는 식으로 미국이 제시 금액을 포장했다고 들었다”며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미국이 분담을 요구한 돈에는 주한미군과 본토 병력을 순환 배치할 때 드는 비용이나 각종 한미 연합 군사연습 때 미군 병력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까지 담겼다는 게 소식통 전언이다. 전날 방한 중인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만난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대한(對韓) 방위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 역내뿐 아니라 역외에서 미국이 자산이나 전력을 운용하는 데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드하트 대표가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주한미군 시설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인건비 △군사 지원비 △미군 시설 건설비 등 3가지 용도로만 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SMA 규정을 넘어선다.
한국이 수용하기에 제시된 액수가 터무니없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 정부는 10차 협정 만료 시기가 올해 말인 만큼 연내에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미국이 바라는 대폭 증액을 위해 미군 주둔 비용만 협상 대상으로 삼는 기존 SMA 틀을 흔들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소식통은 “협상 틀을 건드리는 작업은 단기에 불가능하다”며 “종전 방식의 SMA 협상은 연말까지 끝내고 용도 신설 같은 제도 변경이 필요한 협상은 시간을 두고 따로 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했다.
국회와 여론의 반발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이날 성명을 통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우리는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야당 소속인 윤 위원장도 “분담금을 몇 배나 인상하는 건 여야 모두 찬성할 수 없고 국회 비준 역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드하트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시민단체 집회가 잇따르는 등 반미 분위기도 확산할 조짐이다.
협상 일정과 무관한 드하트 대표의 이례적 방한이 초조함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차 협상(회의)을 앞두고 한국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수용 가능한지, 한국 내 여론은 어떤지 궁금해 나를 비롯한 한국의 정ㆍ재계와 언론계 인사들한테 의견을 들어보러 왔다는 게 드하트 대표의 얘기”라고 윤 위원장은 전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는 “1~2년 단기 협정을 일단 맺고 내년 시작되는 일본ㆍ독일 등의 대미 방위비 분담 협상 결과를 참고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4월 한국 총선 이후 11월 미 대선 이전을 협상 타결 시기로 우리 정부가 제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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