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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야당 대표 황교안 적폐화… ‘통합의 리더십’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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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야당 대표 황교안 적폐화… ‘통합의 리더십’ 실종

입력
2019.11.08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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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제2 출발점’에 서다]<5> 

 “국민이 선출한 야권 무시 안 돼… 야당에 먼저 손 내밀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환담을 하러 들어서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환담을 하러 들어서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보다는 ‘청산 대상의 적폐’에 가깝게 취급해 왔다. 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경제 기조 등 주요 국정 과제에 반대할 때마다 ‘적폐 세력의 발목 잡기’로 규정하며 귀를 닫았다. 소통과 협상으로 갈등을 해소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과 지지 세력을 겨냥해 “독재자의 후예”(올해 5ㆍ18 기념사) “빨갱이 색깔론은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올해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라고 언급하는 등 야당을 직접 자극하기도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한 장면은 야당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장면이다. 청와대에 ‘통합의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처음부터 야당에 적대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7년 5월, 취임 후 첫 번째 일정으로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당사를 돌며 “수시로 야당 대표들과 만나 협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여야 5당 대표들과 만났고, 한달 뒤에는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갖기도 했다. ‘제1 야당 대표’의 위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대표가 한국당의 얼굴이 된 올해 초 이후 청와대 분위기가 급속도로 바뀌었다. 황 대표는 여권에서 ‘대표적 적폐’로 꼽는 인사다.

문 대통령은 올해 3ㆍ1절, 5ㆍ18 기념사에서 한국당과 보수 진영을 연달아 들쑤신 데 이어 현충일 추념사에선 월북해 김일성 정권 수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약산 김원봉을 추켜세웠다. “사회통합을 말하려다 이념 갈등을 부추겼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적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야당을 포용하고 ‘소통다운 소통’을 하는 데 인색했다.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념 방송대담에서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의하면서도 “의제는 대북식량 지원에 한정하자”고 선을 그었다. 두 달 뒤 청와대에서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은’ 회동이 열리긴 했지만, 야당의 마음을 열어 양보를 이끌어내기엔 늦은 뒤였다. 문 대통령은 ‘국정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황 대표의 1대 1회동 제안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청와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에서 빚어진 ‘황교안 패싱’도 논란이었다. 강기정 수석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ㆍ이인영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관련 내용을 보고했지만, 황 대표는 만나지도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 방이 나 원내대표 방 바로 옆인데 ‘패싱’한 것은 제1야당 대표를 무시한 것”이라며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 때를 비롯해 필요할 때만 황 대표를 찾는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국회의 입법 지원이 필요할 때도 ‘국민 여론’을 무기로 야당을 밀어붙이는 방법을 즐겨 썼다.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던 올 4월,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국회선진화법 처벌 조항’을 올려 야당을 위협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은 출범 당시 높은 지지율에 도취돼 한국당을 탄핵 당한 정당으로 폄하하고 소통보다는 밀어붙이기를 해왔다”며 “야당 의원들 역시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데도 청와대가 ‘국민을 설득한다’고 하면서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소통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가진 쪽이 반대 쪽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한국당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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