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나면 채권단 ‘처분대리권’ 행사… 사실상 채권단이 매각 주도하게 돼
이번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 반드시 선정해야 할 상황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입찰에서 당초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3파전이 무난히 성립됐지만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여전히 초긴장 상태다. 자칫 올해 안에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사실상 매각 주도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으로서는 인수 후보들의 제안이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차악’을 골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앞으로 약 1주일 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KCGI(강성부펀드)-뱅커스트릿PE 3곳의 제안을 평가하고 국토교통부의 인수 적격성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금호산업은 1주일 후 어떻게든 3개 컨소시엄 중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이유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에 전환사채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며 맺은 ‘특별약정’에 있다. 이 특별약정에는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대신 처분할 수 있다는 ‘처분대리권’이 포함됐다.
만약 올해 안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우선 금호산업이 소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가 채권단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된다. 또 전환사채 5,000억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채권단 스스로도 23.01%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가 된다. 사실상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절반 가까이를 주무를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매각 주도권도 채권단이 쥐게 되는 셈이다.
현재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로 신주 발행액 8,000억원과 ‘구주 인수+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1조5,000억~2조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금호산업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매각을 위해 가격을 뚝 떨어트릴 수 있다. 금호산업은 이런 상황을 가장 피하고 싶어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계속 미뤄지는 상황을 방지 하기 위해 처분대리권을 약정한 것”이라며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이 기대치에 못 미치더라도, 금호산업 입장에선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골라잡아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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