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유승민에 전화해 통합논의 제안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7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보수대통합 제안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대화가 될 것”이라 말했다. 한국당 뇌관인 ‘박근혜 탄핵’ 인정을 보수재건의 핵심 원칙으로 내걸고 한국당의 분명한 입장 정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날 황 대표가 “통합이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며 연이틀 ‘우파세력 통합’을 내세운 것과는 결이 크게 달라 통합 협상에 적잖은 진통이 예고된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유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고 보수통합 논의를 직접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끄는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변혁 비상회의 뒤 한국당과 황 대표 측에 “보수재건을 위해 저의 3대 원칙 제시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 보수를 향하며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3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칙만 지켜진다면 아무 것도 따지지도, 요구하지 않고 대화에 임하겠다”며 “결코 선거용 야합이나 하려고 말로만 할 일이 아니란 점을 한국당이 분명히 인식해달라”고 부연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가 전날 보수통합 협의를 공개 제안하며 자신과 직ㆍ간접적으로 소통했다고 한 점에 대해선 “보수재건에 대한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고 추석 직전 안부를 묻는 간단한 전화 정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유 의원에 전화를 걸어 통합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일각에선 양측이 통화 중 탄핵 문제를 통합 논의 의제에서 빼자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유 의원은 이에 대해 “(황 대표와) 보수재건을 위한 대화 창구를 만들자고 얘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탄핵을 묻고 가자’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한다”고 확인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이 통합 대상으로 거론하는 우리공화당에 대해서는 “3년 전 탄핵 문제에 매달려 있는 분들과 같이 보수재건을 할 수 있다는 현실성 없는 생각으로, 그런 빅텐트가 성공하리라 생각지 않는다”면서 한국당의 입장 정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유 의원이) 그 3대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면 논의가 정말 어렵지 않겠나”라며 “바른미래당 쪽을 우선 순위로 두고 조금씩 양보해가는 협상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유 의원은 다음 달 10일 정기국회 종료 뒤 창당을 목표로 하는 신당기획단 출범 방침도 공식화했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 하루 뒤 밝힌 신당기획단 구성 발표를 두고 유 의원은 “개혁적 중도보수를 해보겠다고 신당을 준비하는 것이지 당 대 당 통합 수단으로 쓸 마음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철수계가 개혁적 중도보수 방향의 신당 참여에 선뜻 동의한 상태가 아니란 점을 의식해 “국민의당 출신 의원 7명이 100% 동의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신당 준비 과정에 의기투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안철수계는 아직 제3당에 대한 미련이 큰 상황이어서 향후 보수통합 논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바른정당계 유의동 의원과 함께 신당기획단 공동단장을 맡은 안철수계 권은희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내년 총선에서 심판의 대상인 한국당과의 통합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안철수-유승민’ 체제로 내년 선거 승부수를 띄우길 바라고 있다. 해외 체류 중인 안 전 의원은 보수통합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안 전 의원과 신당기획단과 관련해 소통했느냐는 물음에 “그분으로부터 신당기획단이나 신당에 대해 말씀 들은 적은 없다”며 “국민의당 출신 의원이 안 전 의원의 입장을 기다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 없으니 정치적 결단을 해달라고 말씀 드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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