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제2 출발점’에 서다] <5>
“대통령 입 통해야 주목” 안일함… 정책 역효과 후폭풍 대통령에게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일보는 성공하는 정권이 되기 위한 10가지 ‘Do Not 리스트’(하지 말아야 할 일)를 통해 ‘청와대 몸집을 키우지 마라’고 제언했다. 청와대는 핵심 국정과제에 집중하고 국정운영 전반은 정부ㆍ여당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역대 정권의 실패에서 확인된 교훈이었다. 하지만 임기반환점을 도는 지금까지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정부’란 말이 흔히 거론된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에 과도하게 기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를 내걸었다. 청와대 조직 개편 과정에서도 작은 청와대라는 원칙을 지켰다. 하지만 3년이 채 안돼 ‘만기친람’(萬機親覽ㆍ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살핌)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주요 국면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게 중요한 원인이다. 문재인 정권은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여유도 없이 국정운영의 키를 잡았다. 그런데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정책,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을 바탕으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을 잇따라 쏟아냈고, 그때마다 문 대통령이 최전선에 섰다.
국정과제가 순항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못한 일부 정책들이 역효과가 나면서 후폭풍이 고스란히 대통령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메시지 정치만 있었지, 이를 뒷받침하는 정권의 정책적 실력은 부족했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를 고집하는 모습이다. 국민과 동떨어진 안일한 인식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 데도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며 “경제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부처 장관 등이 아무리 얘기해 봐야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실적 상황도 감안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의 인식은 국민과의 소통을 일방적인 정책 홍보와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한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 보좌에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문 대통령은 대중정치에 밝지 않은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격의 없이 만나는 스타일도 아니다”며 “또 사람에 대한 신뢰도 큰 편이어서 참모진이 올려주는 보고서를 철석같이 믿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눈과 귀를 가리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신 이너서클’을 구축한 일부 참모그룹을 제외하고 청와대 내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양심적 법률가’형에 가깝다. 국정과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에서 만든 보고서를 정독하며 현안을 파악한다. 결정에 앞서 핵심 참모들을 모아놓고 여러 의견을 구한다. 본인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 경청하는 편이고, 실용적 접근을 중시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안점검회의 멤버가 아닌 다른 인사들은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보고서를 꼼꼼히 읽는다고 하지만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 하겠냐”며 “수석비서관급이나 선임행정관급 정도는 독대가 아니더라도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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