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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계곡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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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계곡이 돌아왔다

입력
2019.11.07 16:14
수정
2019.11.07 17: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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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기준 45곳 철거 완료… 공정률 67%

상인들 “손님 끊길 것, 생계 막막” 울분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 현장모습. 이곳은 포천시와 상인조합이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 지난달 1일부터 계곡자리 불법시설물 철거가 진행 중이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 현장모습. 이곳은 포천시와 상인조합이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 지난달 1일부터 계곡자리 불법시설물 철거가 진행 중이다.

‘윙윙윙’

계곡 둑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철제 구조물들을 치우는 포크레인의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계곡 물가자리 평상과 그늘 천막 등이 종잇장처럼 구겨지거나 부서진 채 폐기물로 처리됐다. 이를 지켜보던 50대 식당 주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7일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 현장모습이다. 이곳은 포천시와 상인조합이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 지난달 1일부터 계곡자리 불법시설물 철거가 진행 중이다.

67개 상가에서 계곡 물가자리와 둑에 설치한 평상과 좌대, 그늘 천막, 가건물 등 1,900여개가 이번에 모조리 철거된다. 상인들이 계곡 주변에 터를 마련, 장사를 시작한 지 40여년 만이다.

이날 기준으로 상가 67곳 가운데 45곳에서 철거가 완료됐다. 공정률은 67%다. 시는 이달 말까지 100% 철거를 완료할 계획이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 현장모습. 철거된 물가 평상과 그늘 천막 등이 계곡 주변에 어지럽게 쌓여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오전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 현장모습. 철거된 물가 평상과 그늘 천막 등이 계곡 주변에 어지럽게 쌓여 있다.

철거를 마친 하천 하류 쪽의 풍광은 확연히 달라 보였다. 불법 시설물들을 모조리 거둬낸 계곡은 시원스레 흐르는 물줄기가 주변 단풍과 어우러져 멋지고 수려해 보였다. 여름철 물가자리 평상 하나에 3만~5만원에 거래되던 자릿세도 사라질 전망이다.

시와 상인들이 합의한 자진철거라고는 하지만, 음식점 주인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온 권모(57)씨는 “손님 대부분이 물가자리를 즐기려 이곳에 오는데 모두 철거하면 누가 오겠느냐”며 “영업타격을 우려한 일부 상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 탓에 몸져누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김모(71)씨는 “계곡 장사 특성상 1년에 고작 여름철 두 달 반 정도 영업을 하는데 무슨 대단한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이렇게 몰아세우느냐”고 울먹였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포천 백운계곡 하류 모습. 최근 불법 시설물들이 모두 철거된 뒤 더욱 멋진 풍광을 뽐내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7일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 포천 백운계곡 하류 모습. 최근 불법 시설물들이 모두 철거된 뒤 더욱 멋진 풍광을 뽐내고 있다.

포천시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 용역 등을 통해 상인들의 생계대책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내 하천ㆍ계곡의 불법 시설물 철거는 올해 본격화됐다. 남양주시가 지난해 말 청학천(수락산계곡) 등 불법 시설물 정비에 나서면서 불을 지폈고, 이재명 경기지사가 엄정대처 의지를 밝히면서 도내 전역으로 확산됐다.

도는 지난달 24일 기준 도내 25개 시군 106개 계곡 및 하천에서 726곳(행위자 기준)의 불법 행위를 적발, 233곳(정비율 32%)의 시설물을 철거 및 원상 복구를 완료했다. 이중 남양주(수락산), 양주(장흥계곡), 용인(고기리 유원지) 9개 시군은 100% 철거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포천, 고양(사기유원지), 양평(수임리 계곡) 등 16개 시군은 철거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경기 포천백운계곡 불법 시설물 철거 전 모습. 포천시 제공
경기 포천백운계곡 불법 시설물 철거 전 모습. 포천시 제공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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