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내부서 과잉 충성 불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곤경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련한 미국 민주당의 탄핵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국무부 당국자 ‘보호’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국 하원이 13일부터 공개 증인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탄핵 조사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등이 의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미국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이라고 평가하는 국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에서 이번 주 들어 국무부 당국자들의 비공개 증언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기류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CNN은 덧붙였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부처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소리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 루디 줄리아니의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축출 시도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인지하고도 그를 보호하려 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4일 공개된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자신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과 퇴출 시도에 맞서 국무부에 SOS를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매킨리 전 수석 보좌관도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구명'을 위한 성명 발표 문제를 폼페이오 장관과 직접 세 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고 CNN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선거에서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도 국무부 직원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공식적으로는 출마설을 부인해 왔지만 최근 들어 캔자스주 방문이 잦아지면서 출마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일부 국무부 직원들은 차라리 폼페이오 장관이 출마를 위해 국무부를 떠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킬 때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 협력한 직업 외교관들에게 가해질 ‘보복’이 우려된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도 가속화되고 있다. 13일부터 열리는 공개 청문회에는 윌리엄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ㆍ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출석할 예정이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6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보위는 다음주 탄핵조사의 일환으로 첫 번째 공개 청문회를 개최한다”며 “11월 13일 수요일에 우리는 윌리엄 테일러와 조지 켄트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11월 15일 금요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의 이야기를 듣는다. 더 남아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 증인 청문회가 열리는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탄핵 조사가 되레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이 얼마만큼 폭발력 있는 발언을 할지와 관계 없이 트럼프 대통령에 타격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원이 공개한 증언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책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와 상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의 초점이 줄리아니로 집중되는 모습도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 “줄리아니의 지위와 전혀 걸맞지 않은 영향력을 보여주듯 하원 증언록에는 줄리아니의 이름이 자그마치 480번이나 등장한다”고 전했다. 줄리아니가 납득이 안 될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통제가 어려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고든 선들랜드 주 유럽연합(EU) 대사는 “그(줄리아니)는 어딘가에 항상 있었다”면서 외교정책은 국무부 소관이지만 줄리아니를 꺾을 수 있는 관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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