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곤경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련한 미국 민주당의 탄핵 조사 국면에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국무부 당국자 ‘보호’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스캔들로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는 국무부 당국자들에 대한 방어를 꺼리면서 국무부 내부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으며 국무부의 사기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국무부 당국자들의 내부 기류를 보도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스맨’”이라고 평가하는 국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에서 이번 주 들어 국무부 당국자들의 비공개 증언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기류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CNN은 덧붙였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부처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소리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 루디 줄리아니의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축출 시도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인지하고도 그를 보호하려 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4일 공개된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증언에 따르면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자신에 대한 공개적 공격과 퇴출 시도에 맞서 국무부에 SOS를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매킨리 전 수석 보좌관도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구명'을 위한 성명 발표 문제를 폼페이오 장관과 직접 세 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의 ‘침묵’은 주요 대외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을 빚다 ‘아웃’된 존 볼턴 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운명을 걸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선거에서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도 국무부 직원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공식적으로는 출마설을 부인해 왔지만 최근 들어 캔자스주 방문이 잦아지면서 출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국무부 직원들은 차라리 폼페이오 장관이 출마를 위해 국무부를 떠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CNN에 “직업관리들에 대한 공격이 갈수록 걱정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폼페이오가 계속 장관직에 머무르게 될 경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킬 때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 협력한 직업 외교관들에게 가해질 ‘보복’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CNN은 국무부 내부에서 벌써부터 누가 후임이 될지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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