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합의 이행 수준을 축소하는 4단계 조처로 포르도 지하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포르도 농축 시설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핵물리학 연구소로 전환하고 농축 활동은 2031년까지 금지된 곳이었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데 따른 이란의 핵개발 맞대응 수준이 높아지면서 합의 유지가 더 이상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7일(현지시간) “포르도 시설에 우라늄 가스(육불화우라늄) 주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고 현지 이란 매체 타스님이 전했다. 전날 원자력청의 베흐루즈 카말반디 대변인은 “재가동 안정화에 몇 시간이 걸릴 것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단이 시설을 재방문하는 토요일까지 우라늄 농축 수준이 4.5%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탄즈 농축시설에서 육불화우라늄 2,000㎏을 포르도 시설로 옮겼다”면서 “6일 24시를 기해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 1년째인 지난 5월부터 60일 간격으로 합의 이행 수준과 범위를 단계적으로 낮춰왔고, 포르도 시설 재가동은 4번째 대응 조치다. 포르도 시설 재가동으로 이란은 고성능 원심분리기 IR-6가 설치된 나탄즈와 더불어 두 곳에서 우라늄을 농축하게 됐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현재 농축 우라늄의 저장량은 500㎏(핵합의 한도 300㎏)이고 포르도 시설 가동으로 하루 생산량이 6㎏으로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 외 핵합의 당사국인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은 일제히 우려감을 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을 7일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이 처음으로 명시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합의 탈퇴를 결정했다고 본다”며 “이는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고 말했다. 이란 핵개발 수위가 계속 높아지면 어느 시점에서 사실상 합의 파기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담긴 발언이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이란의 추가적인 행동은 핵합의를 침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IAEA는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전날 로이터 통신은 “지난주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을 방문한 IAEA 사찰관이 이란 당국에 구금됐으며 여행 서류도 빼앗겼다”고 보도했다. 해당 감찰관은 얼마 후 풀려났으나 “앞으로 (이란이) IAEA의 핵 사찰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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