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축구 내셔널리그 대전 코레일이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수원 삼성을 꽁꽁 묶어내며 사상 첫 FA컵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 선수와 지도자 경력을 모두 코레일에서 이어온 ‘코레일맨’ 김승희 감독의 이번 시즌 종착점이 ‘우승’이 될 가능성도 조금은 높아졌다.
코레일이 6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수원의 맹공을 막아내며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코레일은 수원에게 20년 맞대결 역사에서 전패 굴욕을 안긴 팀이다. FA컵에서 4차례 우승한 수원은 지금까지 코레일과 2차례 맞붙어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1999년 FA컵 32강에서 코레일 전신 한국철도에 0-1로 패한 뒤 2001년 FA컵에서 다시 만나 0-2로 패했다.
16강부터 울산, 강원, 상주까지 프로팀을 연파하고 결승에 오른 코레일은 이날도 수원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0-0 무승부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승희 감독은 경기 후 “감독으로서 아쉬운 점은 많은 팬들이 왔는데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며 “원정에선 꼭 득점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고 했다. 우승까지 달려가보겠단 얘기다.
그가 우승에 목마른 이유는 또 있다. 1943년 조선철도축구단으로 창단해 실업축구 강호로 군림했던 코레일이 올해를 끝으로 ‘실업축구팀’의 간판을 떼고 K3리그로 흡수되면서다. 코레일에서 직접 운영하던 팀도 추후 독립법인화 해야 하는 상황이다. 명지대를 졸업한 뒤 1990년 철도청 축구단에 입단한 그는 팀명이 한국철도, 코레일로 바뀌는 동안 줄곧 이 팀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다.
김 감독은 남은 2차전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준결승까지 수원의 날카로움이 무뎠다고 봤지만, 오늘 경기에서 좀 더 템포도 빠르고 날카로웠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우리 선수들의 경기감각이 올라오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전반 43분 이관표(25)의 중거리 슛이 크로스바를 맞힌 상황을 두고서도 아쉬움보단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이관표가 골대 맞추면 당일 경기는 비기고, 그 다음경기를 이기는 징크스가 있다”며 2차전 우승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코레일은 오는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우승 상금 3억원의 주인공을 가릴 결승 2차전을 벌인다. 2차전에서 코레일이 승리한다면 ‘처음이자 마지막’ 실업축구팀 우승으로 기록된다.
대전=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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