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1>마침표 찍지 못한 독일 통일
8만8000개 중 650개만 확인… 전 세계로 팔거나 기증해 흩어져
그래피티 작가 키디 시트니의 베를린 장벽 그림. 키디 시트니 홈페이지 캡처

“오늘 남편의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의 한 조각. 내 정원에서 이 아름다운 조각을 볼 것이다.”

독일 연방 구 사회주의 통일당 독재청산재단 사무총장인 안나 카민스키 박사는 지난 9월 초 독일 출신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에 주목했다. 붕괴된 베를린 장벽 파편의 행방을 좇아 온 카민스키 박사는 클룸의 동영상에서 소실된 조각의 한 퍼즐을 맞출 수 있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11월 9일)을 앞둔 5일(현지시간) 붕괴 직후 전 세계로 퍼진 베를린 장벽 파편의 상당수가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WSJ는 카민스키 박사를 인용해 “높이 4m, 길이 160㎞에 달했던 베를린 장벽이 총 8만 8,000개의 조각으로 부서졌고 전 세계로 흩어져 현재 존재가 확인되는 것은 650개 조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붕괴 당시 대부분 독일 재건 사업의 공사 재료로 쓰였고, 자잘한 조각들은 개인들이 챙겨 가 일부는 관광 기념품으로도 팔린다. 큰 구조물은 박물관, 대사관, 학교, 공원 등의 전시 목적으로 전 세계 50여개국에 팔거나 기증했다. 독일 정부는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파편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옛 동독 국영 기업 리멕스 바우(Limex-Bau)에 넘기면서 리멕스 바우를 통해 수많은 조각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WSJ는 “정보 유실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보여 주는 사례”라는 카민스키 박사의 말과 함께 미국 뉴저지주 출신의 조 시아마렐리가 1990년 1월 리멕스 바우로부터 구입한 키디 시트니의 그라피티 작품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각각 세로 3.6m, 가로 1.2m 크기에 2.6톤 무게인 콘크리트 파편 2개를 합치면 하트 모양의 그림이 완성되는 이 작품은 구입 당시 뉴욕 맨해튼 USS 인트리피드 항공모함 박물관에서 전시됐다. 현재는 한 조각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고, 최근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나머지 한 조각은 뉴저지주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베를린 장벽의 구획은 베를린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석판 형태로 전시 중인 조각은 미국에 더 많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장벽 붕괴 당시 소실된 파편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독일 정부는 애초에 이를 보존할 계획이 없었지만 수년이 흐른 후 이 장벽을 ‘사회적 기억’으로 되살리기를 원했다. 베를린 장벽 조각의 행방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월넷(The Wall Net)’의 큐레이터 라이너 야니키는 “장벽 파편의 행방을 밝힌 어떤 공식적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WSJ에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독일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베를린 장벽 파편 조각. 하이디클룸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뉴욕 배터리파크 코우스키 플라자에 있는 베를린 장벽 파편. 뉴욕=AP 연합뉴스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