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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하원 보수당 원내대표 ‘그렌펠 타워 참사’ 망언에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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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하원 보수당 원내대표 ‘그렌펠 타워 참사’ 망언에 뭇매

입력
2019.11.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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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14일 당시 화염에 휩싸인 런던 그렌펠 타워. 로이터
2017년 6월 14일 당시 화염에 휩싸인 런던 그렌펠 타워. 로이터

영국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가 2017년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를 두고 ‘희생자들이 상식적이었다면 목숨을 구했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발언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제이콥 리스 모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는 4일 L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희생자들이) 화재 대응 지시 사항을 무시하고 떠났다면 훨씬 안전했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 중 누구라도 화재 현장에 있다면, 소방관이 뭐라고 하든 불타는 건물을 떠나는 게 상식적으로 보인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 소방관의 “가만히 있으라”고 한 지시를 따른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2017년 6월 발생한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는 72명의 목숨을 앗아가 영국 역사상 최악의 화재 참사로 꼽힌다. 그렌펠 타워 진상 조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900여쪽에 이르는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화염이 빠르게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건물 외부의 가연성 패널을 꼽으면서도 소방관들의 잘못된 대처 역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현장 소방관들은 화염이 번지지 않도록 건물이 설계돼 있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에게 ‘내부에 머무르라’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참사 당시 희생자 중 일부는 탈출을 시도했지만 연기 때문에 실패했고, 일부는 정확한 화재 발생지를 알지 못해 움직이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모그 대표는 사과 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트위터에서 “대체 무엇이 그렌펠처럼 피할 수 있었던 비극에 대해 희생자들이 상식이 부족하다고 발언하게 만드는가”라면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많은 이가 탈출을 시도하다 숨졌다”고 말했다. 참사 생존자 마르시오 고메즈는 “상식은 가연성 물질로 건물을 짓지 않는 것”이라 일갈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발언은 그렌펠 화재에 대한 보수당 의원의 태도가 논란이 된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다. 지난주 화재 조사 보고서에 대한 하원 토론에 참석한 코빈 대표가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에서 녹색 넥타이를 매고 오자 보수당 의원들이 이를 ‘패션 실수’로 취급하며 비웃었던 것이다. 내달 열릴 총선 캠페인이 시작된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발언이 보수당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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