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4개 지방선거에서 야당 민주당이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를 제외한 켄터키, 버지니아, 뉴저지 등 3곳에서 이겼다. 특히 대선을 1년 앞두고 전초전 격으로 실시된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텃밭 켄터키를 내주는 등 사실상 패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반(反)트럼프로 연대한 탄핵 민심이 투표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집계 결과, 이날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선 앤디 베셔(주 법무장관) 민주당 후보가 49.2%의 득표율로 접전 끝에 공화당 소속 매트 베빈 현 주지사(48.9%)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미 언론은 유독 켄터키 선거 결과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켄터키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에 속한데다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려 30%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따돌려 공화당의 확실한 우군으로 꼽혔다. 트럼프 역시 선거 하루 전 직접 켄터키를 찾아 베빈 후보 지원사격에 나설 만큼 공을 들였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켄터키 패배는 하원의 끊임없는 탄핵 시도와 점증하는 트럼프의 분노가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는 메시지 전달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며 “트럼프와 매코널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켄터키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버지니아는 공화당이 현재 상ㆍ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민주당 우위가 점쳐진 지역이다. 예상대로 민주당은 상원에서 21석을 획득, 18석의 공화당을 제쳤고, 하원 역시 53석을 차지해 공화당(42석)을 크게 따돌렸다. 민주당은 25년 만에 주 의회 권력을 완전히 되찾았다. 버지니아는 지난 대선에서 남부지역 중 트럼프가 유일하게 진 곳으로 그도 패배를 예견한 듯 유세 지원을 하지 않았다. NYT는 “5월 발생한 대형 총기참사에도 총기규제 법안 마련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은 공화당의 약점을 민주당이 잘 파고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밖에 소수인종 비중이 월등히 높아 대표 강세 지역인 뉴저지 하원선거에서도 무난히 승리를 거뒀다.
공화당은 1999년 이후 자리를 내준 적 없는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에서만 테이트 리브스 부지사(52.3%)가 민주당 후보 짐 후드 주 법무장관(46.5%)를 앞서 수성에 성공했다.
투표율이 30% 안팎에 불과해 이날 지방선거 결과를 내년 대선 전망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엔 무리지만 트럼프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아마 가짜뉴스들은 나를 탓할 것”이라며 선거 패배를 언론 책임으로 돌렸다. 공화당 전략가 릭 타일러는 AP통신에 “공화당은 여성과 대학교육을 받은 고학력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변하지 않으면 ‘죽음의 나선(Death spiral)’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략 부재가 지속될 경우 패배의 악순환이 반복될 거란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예정된 루이지애나 주지사 선거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이 곳도 공화당 텃밭이지만 2015년 선거에선 민주당이 이겼다. 그는 주중 루이지애나를 찾아 에디 리스폰 공화당 후보 유세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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