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韓正) 중국 부총리와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6일 한 목소리로 “폭동 진압”을 강조했다. 5개월째 지속된 홍콩 시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어 보인다. 홍콩에서는 ‘백색 테러’를 지지해온 입법회(우리의 국회) 의원이 피습을 당했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디데이를 앞둔 마냥 연일 강경 언사로 시위대를 압박하고, 홍콩 시민들은 서로 보복에 나서며 안팎으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홍콩 원후이바오, 중국 관찰자망 등에 따르면, 한 부총리는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람 장관을 만나 “중국 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와 경찰을 충분히 신뢰한다”며 “폭동을 진압하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콩 시위대가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훼손해 마지노선에 도전하는 심각한 국면”이라면서 “홍콩 정부가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든든한 후원자로서 사태에 대처하도록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틀 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상하이(上海)에서 람 장관을 만나 “폭력과 혼란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홍콩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주민들의 안녕을 수호하는 것으로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 부총리는 중국 권력서열 7위로 홍콩과 마카오 사무를 총괄하고 있다. 홍콩 사태 이후 그가 람 장관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람 장관은 “일국양제의 방침을 견지하고 법치를 수호하며, 홍콩의 안정을 다시 회복시켜 출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폭동을 진압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폭동 진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중국이 지난주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거치면서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특별행정구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완비할 것”이라며 홍콩 사태 개입의 명분을 부각시켰다면, 한 부총리와 람 장관은 본격 조치에 앞서 마지막 경고장을 날린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는 시위대의 반감을 샀던 주니어스 호(何君堯) 입법회 의원이 출근길 유세 도중 칼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지난 7월 21일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100여명의 남성들이 집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해 백색 테러라 불린 사건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던 인물이다. 이에 친중 진영은 규탄성명을 내며 세를 결집했다. 홍콩에서 시위 주도 세력이 아닌 친중 성향 인사가 공격을 당한 건 이례적이다. 양측의 충돌을 부추기는 악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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