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창진 “법원은 제 존엄을 7000만원으로 판결했습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창진 “법원은 제 존엄을 7000만원으로 판결했습니다”

입력
2019.11.06 16:22
0 0

 박 전 사무장 “판결로 전의 더 불타올라” 

5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갑질 규탄 1주년 촛불집회에서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갑질 규탄 1주년 촛불집회에서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땅콩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에게 대한항공이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 박 전 사무장이 심경을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법원은 저, 박창진의 존엄을 7,000만원으로 판결했다”면서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고 약 1년 후, 미국에서의 소송 진행 여부를 판결해 달라는 요청을 뉴욕주 법원에 냈다. 그런데 이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자 일부 언론들은 ‘박창진, 미국 소송 액이 무려?’ 혹은 ‘헉! 어마어마한 거액 요구!’ 등으로 제목을 뽑았다”고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그러나 당시 법원에 제출한 요청에는 소송 금액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며 “애초에 그런 소송이 아니었다. 당시 많은 분들은 우리나라 재벌에게 대항한 제 삶을 걱정해주셨다. 삶이 깡그리 망가질 것이 분명하니, 손해배상을 받아서 남은 인생을 위한 정착금을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진단도 덧붙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 또한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며 “한 번 쓰러지면 재기가 힘든 우리 사회 구조에서, 자본권력을 상대로 저항한 제가 겪을 미래는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저의 미국 소송을 두고 국내에서 쏟아지는 험악한 비난들은 제 현실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박 전 사무장은 “오늘 판결은 요사이 회자되는 선택적 정의의 한 자락을 보는 듯하다”며 “세습경영과 자본권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 사회, 인간의 권리와 존엄은 인정하지 않는 사회라는 신호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가진 것의 많고 적음으로 신분이 나누어진 사회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정말 실감나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옳지 않다”며 “인간의 권리와 존엄한 가치가 돈보다, 권력보다 가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오늘 판결은 저의 전의를 더욱 불타오르게 한다”며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 5일 서울고법 민사38부(부장 박영재)는 박 전 사무장이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항공은 박 전 사무장에게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 법원이 판결한 배상액 2,000만원보다 5,000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2심 재판부는 “대한항공은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너의 딸이자 회사의 부사장인 조현아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했다”며 “유사사건의 재발을 억제ㆍ예방할 필요성도 위자료 산정의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박 전 사무장은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은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기내에서 내릴 것을 강요 당했다.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 사건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렸다. 조 전 부사장의 태도를 두고는 ‘갑질’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사무장은 이 사건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 받아 휴직했다가 2016년 5월 복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며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대한항공이 박 전 사무장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