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전 청와대의 ‘희망계획’ 문건 공개
전 특수단장 “사실 아니다, 법적 대응 검토”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 문건’ 수사를 총괄한 군 특별수사단(특수단) 단장 전모 대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전 청와대가 작성한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6년 10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이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한 소위 '희망계획' 등을 담아 작성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북한 지역을 헌법상 영토로 판단하면 북한 급변사태 시 남한 지역 계엄 선포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검토와 함께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무력화하는 방안 등이 들어 있다. 내용 상으로 탄핵 정국 때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군인권센터는 “청와대가 작성한 이 문건이 기무사의 계엄 문건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특수단은 지난해 8월 국방부 신모 중령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해당 문건을 확보했다. 신 중령은 2016년 청와대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검찰의 계엄 문건 불기소 결정서에도 ‘2016년 10월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신 중령에게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한 계엄 선포 검토 등을 지시했고,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군인권센터는 “특수단은 이 문서를 확보했지만 전 대령은 혐의를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특수단은 신 중령에게 군사기밀과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는 “전 단장이 왜 이 사건을 묻으려고 했는지, 민간검찰을 대표하던 공동 단장은 군의 이런 행태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前) 특수단은 “군인권센터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반박에 나섰다. 전 대령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해당 문건을 확보한 후 수 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참고인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철저히 수사를 진행했지만 핵심 관계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수사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수단과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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