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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습격한 ‘기생충’ 오스카도 삼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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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습격한 ‘기생충’ 오스카도 삼키나

입력
2019.11.06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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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ㆍ加 수익 3주 만에 744만弗… 할리우드 필름어워드 필름메이커賞 

 칸 이어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 美언론, 작품ㆍ감독상 후보로도 점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3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 시상식에서 필름메이커상을 받은 후 시상자인 배우 시에나 밀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3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 시상식에서 필름메이커상을 받은 후 시상자인 배우 시에나 밀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205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수출된 국가 수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보다 더 많은 국가에서 ‘기생충’을 보고 싶어한 셈이다. 흥행 성과도 빼어나다. 세계 30개국에서 개봉해 프랑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등 11개국에서는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영화시장 북미(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기생충’의 선전이 눈부시다. 현지 관객에게는 여전히 낯선 한국 영화로서는 드물게 744만 달러(박스오피스모조 집계 3일 기준)를 벌어들여 주목받고 있다. 흥행 성적을 넘어서 ‘올해의 영화’라는 현지 언론의 극찬과 함께 내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주요 부문 후보로까지 꼽히고 있다. 지난 5월 한국 영화 최초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최고상) 수상이 ‘기생충’의 정점이 아니라 신화의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끝나지 않은 ‘기생충’ 신화 

시작은 초라했다. ‘기생충’은 지난달 11일 미국 극장 3곳에서 개봉했다. 저예산 독립영화나 예술영화가 적은 상영관에서 개봉해 시장 반응을 본 후 점차 상영관을 늘려가는 현지 전략을 따랐다. 한국 영화는 북미시장에서 저예산 독립영화 또는 예술영화와 비슷한 대우를 받곤 한다.

‘기생충’은 개봉일부터 기록을 세웠다. 상영관 1곳당 12만8,072달러를 벌어들였다. 북미시장에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중 최고 기록이었다. ‘가성비’ 높은 흥행 성적을 올리며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상영관 수는 급증했다. 지난달 18일 상영관은 33곳으로, 25일엔 129곳으로, 지난 1일에는 461곳으로 늘었다. 미국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지난달 27일 ‘기생충’ ‘주디’의 흥행몰이와 함께 ‘시상식 계절’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11월부터 다음해 2월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까지를 시상식 계절이라 부르며, 수상을 겨냥한 수작들이 늦가을 집중적으로 개봉한다.

흥행 호조 속에 ‘기생충’에 대한 미국 언론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유명 영화평론가 앤서니 올리버 스콧은 최근 일간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기생충’은 올해의 영화로, 봉준호를 세기의 감독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대중문화 담당 하우 추 기자는 “‘기생충’은 봉 감독의 가장 최신작이자 걸작”이라며 “올해 내가 본 최고의 영화”라고 호평했다.

기생충의 기록들. 그래픽=송정근 기자
기생충의 기록들. 그래픽=송정근 기자

 ◇봉준호 “한국 영화 아카데미 무대 오를 때” 

호평은 수상으로 이어졌다. ‘기생충’의 봉 감독은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3회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 시상식에서 필름메이커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필름 어워드는 위상이 높은 상은 아니나 시상식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상이다.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 등 할리우드 주요 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상식으로 평가받는다. ‘기생충’은 미국 언론으로부터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외국어영화상의 후신)을 받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상을 향한 여정에서 일단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봉 감독은 이날 시상식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가) 100년의 역사가 있다. 이제는 오스카 무대에 오를 때도 된 거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버라이어티 등은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 등 아카데미상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스페인어 영화 ‘로마’가 올해 작품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점을 감안하면 ‘기생충’의 선전도 예상된다. 한국 영화는 아직까지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조차 된 적이 없다. ‘기생충’이 내년 1월말 발표될 아카데미상 후보 명단에 들어가는 건만으로도 한국 영화계의 새 역사다. 아카데미상이 최근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기생충’에 마냥 인색하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은 미국 영화팬들에게 훌륭한 장르 영화 감독으로 알려져 있어 입소문이 빨리 퍼질 수 있는 저변을 지녔다”며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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