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강기정 고집하면 전쟁하겠다는 것” 패트 협상 연계 압박

조기 총선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며 당 쇄신론과 지도부 책임론을 가라앉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청와대 경질론’ 공세로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야당이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당시 강기정 정무수석 등 참모진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다. 당장 야당은 강 수석의 해임을 주장하며, 여야 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뛰어든 강 수석,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만행”이라며 “이런 정무수석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야당과 대화가 아니라 전쟁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 표명”이라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지난 1일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나 원내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전문가가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우기지 말라”고 하자 강 수석이 “우기다가 뭐냐. 똑바로 하라”며 책자를 들고 고성을 지른 것이 발단이 됐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하시는 대로 강 수석을 하루 속히 해임하고 국회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당내 인적쇄신 요구를 잠재우며 본격적인 총선 준비 체제로 돌입하려던 민주당으로선 예상치 못한 공세에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다. 야당과 패스트트랙 법안 협의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이 문제로 협상이 파행된다면 책임은 온전히 여당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 나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 법안을 협의하는) '3+3(각 당 원내대표 외 1인) 회의체'도 당분간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이날 예정됐던 여야 교섭단체 3당 실무협상이 취소됐다.
여야간 공방도 오갔다. 청와대 등을 상대로 예산심사를 진행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 수석이 출석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정무수석이 예결위에 출석하면 오히려 국회가 예산심의를 하는데 분란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맞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대응은 삼가고 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강 수석 해임 요구 등) 그대로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나경원 오신환)두 원내대표가 요청했으니 그에 대해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조국 사태 이후 한국당 지도부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하자 쌓인 악감정이 노출된 게 아니냐’며 강 수석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와 여야 사이 가교 역할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이끌어야 하는 게 정무수석의 임무”라며 “더욱이 여야 패스트트랙 협상이 교착하는 상황에서 신중한 언행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총회서 김영진 의원은 “청와대 비서진들이 여당 의원들이 해야 할 정도로 하던데 조금 과도했다"며 "당도, 청와대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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