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제주 국제장애인인권영화제서 개막 상영
실제 1급 장애 극작가 조우리씨 주인공 맡아
“진실한 삶과 사랑 찾는 장애인 내면 잘 표현”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 직지를 소재로 한 영화 ‘우리(US)’가 제20회 제주국제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5일 이 영화제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채승훈 감독의 ‘우리’가 개막 작품으로 뽑혀 7일 오후 3시부터 행사장인 제주 김만덕기념관 1층 나눔문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상영시간 106분 짜리인 이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물이다.
극작가 ‘우리’는 팔ㆍ다리를 쓰지 못해 입으로 글을 쓰는 중증 장애인이다. 그는 직지를 읽다가 ‘묘덕’이라는 비구니가 직지 간행을 위해 시주했다는 구절에 흥미를 느끼고 묘덕을 주인공으로 글을 쓴다. 이 글을 매개로 우리는 전직 시인 ‘정원’과 사랑에 빠지고, 묘덕은 승려 ‘석찬’에게 연정을 품는다. 두 커플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지순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 영화제집행위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순수한 사랑, 진실한 삶을 찾아가는 장애인의 내면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 역을 실제 장애인이 맡은 국내 첫 작품이다. 주인공 우리 역의 조우리(37)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실제로 그는 입에 막대를 물고 연극 대본을 쓰는 극작가이자 연극 배우이다. 조씨는 “촬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장애가 있다고 못할 게 없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이 영화가 직지에 깃든 평등사상과 장애인 인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우리’는 직지가 간행된 청주 지역 영화인들이 만든 작품이다. 청주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이 재능기부로 제작을 이끌었고, 부족한 제작비는 뜻있는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했다.
지난해 12월 청주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해외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영화제작ㆍ배급 전문사인 모인그룹을 통해 중국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배급과 해외 영화제 참가를 추진하고 있다. 채 감독은 “조만간 홍콩 상영이 성사될 것 같다”고 전했다.
제주국제장애인인권영화제는 장애인의 인권 증진과 장애인ㆍ비장애인의 화합을 위해 2000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영화제다. 올해는 국내외에서 총 50편의 경쟁작이 출품됐다. 관람 편의를 위해 자막, 수어, 베리어프리 영상 등을 제공한다. 최종 대상작은 현장 심사단과 관객심사단의 평가를 거쳐 폐막일인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