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지난 4년간의 주요 13개 대학 학종 실태를 조사한 결과, 특목고 우대 정황과 자기소개서 편법 기재, 고른전형 비중 축소 등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불공정으로 얼룩진 학종을 대학에 맡겨둔 채 방치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방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학종 전형에서 고교 서열화 현상이 뚜렷하게 확인된 것은 학종 불신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합격자 내신등급은 일반고가 가장 높았고 이어 자사고, 외고ㆍ국제고, 과학고 순이었다. 고교 유형별 합격률도 과고ㆍ영재고가 일반고의 2.9배나 됐다. 특목고 지원자의 내신등급이 일반고보다 떨어지는 데도 합격률은 훨씬 높은 이례적 현상이 지난 4년간, 주요 대학에서 한결같이 나타난 셈이다. 일부 대학은 아예 입학사정관에게 지원자들의 고교 유형이나 출신 고교생들의 대학 학점 등을 확인토록 했다. 교육부가 밝혀내진 못했지만 고교별로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교에서 대학에 제출하는 ‘고교 프로파일’이 학생부 기재가 금지된 ‘스펙’을 제출하는 간접 창구로 활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대학 진학 실적과 공인어학시험 만점자 명단, 모의고사 성적 분포 등 금지된 자료의 편법 제출이 대학들의 방관 속에 당연시됐다.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에 기재금지 사항을 적은 사례도 올해 입시에서만 366건 적발됐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불과 2주간의 조사에서 드러난게 이 정도니, 모든 대학을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학종의 공정성이 불신받는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못하면 정시 확대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시의 급격한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지난 4일 각계 인사 1,500명이 “조국 사태로 불거진 한국 교육의 문제를 단지 정시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한 시국선언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학종 제도 개선과 정시 모집의 점진적 상향 조정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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