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국외로 유출된 조선 후기 불화가 다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5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지난달 미국에서 환수해온 1891년 승려화가 민규(玟奎)가 제작한 범어사의 신중도(神衆圖)를 대중에 공개했다. 가로 144.8㎝, 세로 146.1㎝ 크기인 ‘범어사 신중도’는 여러 신의 모습을 비단에 채색한 그림이다. 전체적인 화풍과 남아있는 화기(畵記)를 통해 진품으로 확인됐다.
조계종 관계자는 “화기에 봉안 사찰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범어사의 성보 박물관에 있는 1891년 작품 ‘범어사 칠성도’와 화풍이 유사하고 제작시기가 ‘광서 신묘년'(光緖辛卯年)’으로 동일하다”며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되었던 작품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외로의 유출 시기나 이유는 특정할 수 없으나 한국전쟁 직후 혼란기인 1950~1960년대로 추정됐다.
경상도에서 활동한 승려화가 완호 낙현(玩虎洛現)의 초기 법명으로 추정되는 민규는 1892년 ‘청곡사 시왕도’를 그리기도 했다. 범어사 신중도는 머리가 셋인 예적금강과 신통력이 있다는 천신인 마리지천, 위태천을 중심에 두고 좌우에 천부와 팔부중 호법신을 배치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범어사 신중도와 유사한 형식과 도상은 19세기에 유행했다”며 “1862년에 조성한 ‘해인사 대적광전 104위 신중도’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104위 신중도 형식을 계승한 19세기 후반 불화는 현존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됐다.
조계종은 지난 9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으로부터 불화가 경매에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달 6일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진행된 경매에 직접 참여해 낙찰을 받았다. 낙찰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소장자는 미국인 부모로부터 그림을 물려받은 뒤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은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간단한 보존처리를 거쳐 이날 공개됐다.
원행 총무원장은 이날 열린 환수 고불식(告佛式)에서 “사부대중(四部大衆)의 지대한 원력으로 민생의 간절한 발원이 깃든 성보인 신중도를 다시금 청정 도량에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사찰을 떠난 우리 불교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했던 정진의 조그마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7일 불화를 본래 자리인 범어사로 옮겨 봉안한다. 범어사는 2015년 7월에도 그간 행방을 몰랐던 조선 후기 칠성도(七星圖) 세 점을 스위스 취리히 경매에서 사들였다. 그해 9월에는 서울옥션을 통해 또 다른 칠성도 두 점을 매입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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