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전통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이른바 ‘레ㆍ바ㆍ뮌’의 헤게모니가 흔들린다. 근 10년간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세 팀이지만 영광의 시대를 이끌었던 선수들의 이탈과 노쇠화로 균열의 낌새가 포착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럽축구 최고의 클럽을 꼽아보라면 단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영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뮌헨을 떠올리게 된다. 세 팀은 최근 11년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회 우승(마드리드 4회ㆍ바르셀로나 3회ㆍ뮌헨 1회)을 합작했다. 자국 리그에서의 파괴력은 훨씬 강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각각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와 리오넬 메시(32)를 앞세우며 2013~14시즌(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제외하고 라리가 트로피를 다 가져갔다. 분데스리가는 아예 뮌헨의 1강 독주였다. 뮌헨은 2012년부터 리그 출범 이후 최초인 7년 연속 우승 기록을 작성하며 황제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세 팀의 경기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압도적인 파괴력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르셀로나는 리그 11경기 중 패배가 벌써 3번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1패만 했지만 11경기 중 무승부가 4번에 달한다. 뮌헨은 더욱 심각해 10경기를 치른 현재 5승3무2패로 리그 4위다.
팬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뮌헨은 벌써 칼을 빼들어 3일(한국시간) 프랑크루프트전 1-5 패배 이후 니코 코바치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주제 무리뉴, 아르센 벵거 등 노련한 감독 후보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들 명문 팀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주축 선수의 이탈과 노쇠화, 세대 교체와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리더십의 부재로 볼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10년간 438경기 451골을 퍼부었던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번 시즌도 베테랑 카림 벤제마(32)에만 의존하고 있다. 에당 아자르(28), 루카 요비치(22) 등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이적생들이 부진하다. 중원의 ‘크카모(토니 크로스(29), 카세미루(27), 루카 모드리치(34))’ 조합과 세르히오 라모스(33), 마르셀로(31) 등에게 예전의 활약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던 명장 지네딘 지단 감독이 복귀했지만 여의치 않다.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다. 메시가 여전히 제몫을 해주고 있지만 그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 프렌키 데 용(22), 앙투안 그리즈만(28) 등이 합류했지만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의 일관된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다. ‘세 얼간이’의 마지막 세르히오 부스케츠(31)도 이번 시즌 들어 완전히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그가 출전하지 않았을 때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이 더 좋다. 지난해 로베리 듀오와 이별한 뮌헨은 불안한 수비로 애를 먹고 있다. 제롬 보아텡(31)이 버티고 있지만 거액을 들여 영입한 젊은 수비수 뤼카 에르난데스(23), 니클라스 쥘레(24) 등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 세대 교체기의 일시적인 잡음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세 팀은 여전히 최정상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할 자금력도 풍부하다.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리더십만 회복된다면 금세 레바뮌의 압도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