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향해선 기존 관세도 철폐하라며 창 겨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중국은 큰 시장”이라며 “개방을 더 확대하겠다”고 문을 활짝 열었다. 반면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서명을 앞둔 미국을 향해서는 “기존 관세도 철폐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미 언론이 전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로 기세가 오른 중국이 미국에 맞서면서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이날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연설에서 “경제 세계화는 역사적 흐름”이라며 “앞으로 나아가는 기세를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난제는 어느 나라도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서 “글로벌 시장의 파이를 더 키우고 공유의 틀을 다지고 파트너십을 강화해 경제의 동력을 살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연설 주제는 ‘개방’과 중국의 ‘자신감’이었다. 그는 “손 놓기가 아닌 손 잡기로, 벽 쌓기가 아닌 벽 무너뜨리기로 개방과 발전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인구 14억명의 중국은 중위소득층 규모가 세계 최대이고, 시장 규모와 잠재력이 커 한계가 없다”고 역설했다. 또 “중국 시장이 이렇게 크니 모두 와서 봐주시면 고맙겠다”면서 “중국은 두 팔을 벌려 각국에 시장과 투자, 성장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평등하게 대하고 서로 양해하면 풀 수 없는 문제가 없다”면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향해 누차 강조하던 표현이다. 또 RCEP 체결의 여세를 몰아 “더 많은 국가들과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해 중ㆍ유럽 투자협정, 한중일 FTA 등의 협상을 가속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간) “중국이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검토 중”이라며 “협정 체결 장소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지렛대로 9월과 12월 관세를 모두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당초 1단계 합의에 따라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동결’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그간 중국이 주장해온 만족할 만한 수준이기도 했다. 이에 12월 15일 미국이 1,600억달러(약 185조원)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15% 관세가 유예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협상이 진전되면서 지난달 일부 중국 제품의 관세를 25%에서 30%로 올리려던 방침은 보류된 상태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9월부터 미국이 1,12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 제품에 매긴 15% 관세도 함께 없애라고 중국이 요구한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향후 2년간 500억달러(약 58조원) 상당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고 금융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에도 합의한 만큼 더 많은 상응 조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