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피해 소송 대리 로펌, 국회 토론회에서 주장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 고객에게 원금 전액 손실을 안긴 4개월 만기 상품에 대해 “판매 시점에 원금을 잃을 확률이 50%에 이를 거라 추정할 수 있었다”는 투자 피해자 측 주장이 나왔다. 판매 당시 ‘원금 손실 확률 0%’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이라던 우리은행 설명과 달리, 최근 수년 간의 독일채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고객이 약정된 이자를 받을 확률이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DLF 손실 투자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로고스의 전문수 변호사는 5일 국회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DLF 사태로 본 설계ㆍ판매 과정의 소비자보호 문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DLF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구체적 수치로 제시된 건 처음으로, 금융당국 분쟁조정이나 소송에서 있을 피해보상액 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5월24일 만기 4개월짜리 독일채 금리 연계 DLF 상품을 판매했다. 만기 시점(9월26일)에 기초자산인 독일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선(-0.31%)을 웃돌면 약정 이율(1.4%)을 보장해주고, 기준선을 밑돌면 금리 차에 비례해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당초 3월부터 같은 종류의 6개월 만기 상품(기준선 -0.2%, 약정 이율 2.1%)을 팔아오다가, 이후 독일채 금리가 급락하며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자 기준선을 낮추고 만기도 당겨 상품을 개편한 것이다.
DLF 4개월물 판매 당시 독일채 10년물 금리는 -0.108%여서 4개월 뒤 금리 변동폭이 -0.202%포인트보다 크면 손실이 생기고 -0.502%포인트를 넘으면 원금 전액 손실 구간(-0.61% 이하)에 들어서는 구조였다. 우리은행은 “모의투자(시뮬레이션) 결과 원금 손실 가능성은 0%”라고 상품을 홍보했다. 200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독일채 10년물 최저 금리는 -0.186%로, DLF 4개월물은 물론이고 6개월물 기준선 아래로도 떨어진 적이 없다는 게 주된 논리였다. 그러나 이 상품 만기일에 독일채 금리가 -0.62% 수준으로 떨어지며 결국 투자금 전액(83억원)이 날아갔다.
로고스는 판매은행이 독일채 금리 수준이 아니라 변동폭에 주목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채 10년물 금리가 1.0% 아래로 내려온 2014년 8월15일부터 우리은행의 독일 금리 DLF 판매 개시 직전인 올해 1월11일까지 4년 5개월 동안 독일채 금리의 4개월 변동폭(기준일과 4개월 후의 금리 차)을 분석했더니 +0.60%포인트에서 -0.80%포인트까지 다양했고, 특히 변동폭이 -0.202%포인트 이상을 기록한 기간이 전체의 50.4%에 이르렀다. 이런 역사적 경험에 비춰 DLF 4개월물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독일채 금리가 기준선을 밑돌 확률을 절반으로 평가해야 온당하다는 것이다. 로고스는 분석 기간 중 DLF 투자 원금을 전부 날리는 수준의 금리 변동(-0.5포인트 이상)도 10.4%의 확률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독일 국채 금리는 주요 국가의 거시ㆍ미시적 경제 지표와 글로벌 경제상황 등 복합적 요소에 변동돼 경제 전문가나 전문 투자기관이 아니고서는 변동폭을 분석하기 어렵다”며 판매 은행이 불완전판매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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