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능 영향력 줄인다던 정부가 “정시 확대”… 길 잃은 교육정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능 영향력 줄인다던 정부가 “정시 확대”… 길 잃은 교육정책

입력
2019.11.07 04:40
10면
0 0

[文정부 ‘제2 출발점’에 서다]<4>흔들리는 정책이 불신 키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교육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주요대학들에 정시비율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교육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주요대학들에 정시비율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백년대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지나쳤던 탓일까.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6개월간 추진해 온 정책 가운데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유독 거세다. 고교서열화 해소, 공교육 혁신 등 현행 교육체제의 전환을 전제로 한 굵직한 정책 변화를 예고했지만, 조금만 여론이 불리해져도 미루거나 떠넘기고 뒤집는 행보를 보이며 사회적 갈등을 키운 탓이다. 최근 정부의 대입 ‘정시 확대’ 방침은 이 갈등에 정점을 찍었다. 특히 정시 확대는‘수능 절대평가’나 ‘고교 학점제’ 같은 대선공약과는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어,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 방향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혼란의 시작은 정권 초인 2017년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이다. 당시 교육부는 ‘전 과목 절대평가’ 및 ‘일부 과목 절대평가’ 등 복수안을 발표하며 대선 공약이었던 ‘수능 절대평가’ 시행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시안 발표 약 3주만에 “여론이 첨예하게 갈린다”는 이유로 돌연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했다.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는 등 여론이 불리해지자 교육 분야 핵심공약을 아예 미뤄버린 것이다.

교육당국은 여론 수렴을 명분으로 이 문제를 아예 외부(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에 떠넘겨 버렸다. 1년 간의 공론화 과정 끝에 나온 결론은 그마저도 대학들에 정시 비율을 30% 이상 늘릴 것을 권고(‘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하는 수준에 그쳤다.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당초의 정책의도와는 사실상 반대 방향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김옥성 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문 대통령의 정시확대 방침까지 종합해보면 이 정부는 학생들을 ‘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출범 초기 방향성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당초 설정한 방향이 틀어지면서 관련 정책들까지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선 교육공학 1호인 ‘고교학점제’는 내신 절대평가는 물론 수능 절대평가가 함께 도입해야 하는 정책이다. 상대평가로 시험이 치러질 경우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보다 내신에 유리한 과목을 골라 듣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능이 상대평가가 유지돼 대입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경우 고교에서는 수능 위주의 문제풀이식 수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막 착수한 정시 확대기조와는 배치된다. 고교학점제는 도입시기마저도 당초 2022년에서 현 정부의 임기만료 이후인 2025년으로 연기된 상황이다. 정책 이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급작스러운 입장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해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를 평가를 거쳐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최근 교육부는 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시기를 일괄적으로 2025년으로 못 박았다. 정권과 관계 없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쓴 소리가 나온다. 박인현 대구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말로는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출범했지만 결국 여론의 구미에 맞는 단편적인 정책에 눈을 돌린 꼴”이라며 “국정철학과 연계되는 교육정책을 만들고 밀고 나가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