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술서 3건 대필 가능성 당시 수사관들도 최면 조사해야”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모(52)씨에 대해 경찰이 4일 오전 최면조사를 벌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윤씨의 4차 참고인 조사에서 최면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최면조사는 편안해진 상태를 만든 뒤 특정 대상에 관한 집중력을 향상시켜 당시 상황을 끌어내는 수사기법이다. 다만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 현 단계에서는 수사의 단서로만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경찰이 윤씨를 상대로 최면조사를 벌이는 이유는 당시 검거된 이후부터 현장검증 상황 등에 대해 윤씨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윤씨가 경찰의 강압에 의해 거짓 자백했다고 주장하고, 2차례의 현장검증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최면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 당시 수사기록과 대조해 보겠다는 것이다.
당초 경찰은 이날 거짓말 탐지기 수사도 병행하려 했지만 윤씨가 당시 거짓말 탐지기 수사를 받았는데도 범인으로 몰려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밝혀 하지 않기로 했다.
윤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윤씨의 최면조사에서 유의미한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당시 수사관들이 '그때 윤 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자백한 상황 등에 대해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들도 (최면 조사를) 받으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윤씨 자술서 대필 의혹과 관련해 “1988년 11월에 작성된 자술서는 당시 윤씨가 용의자도 아니고 3자 탐문수사의 지인으로 나와 조사를 받은 내용”이라며 “윤씨가 글을 잘 못써 (경찰이) 대신 써 준거 같고, 본인 동의를 받는 등 작성 경위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8개월여 만에 용의자로 붙잡혀 8차 사건 관련 자술서를 쓸 때는 경찰의 도움 없이 이틀에 걸쳐 자술서를 썼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3건의 자술서가 경찰의 개입, 불러주거나 뭔가를 보여줘서 만든 자술서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윤씨는 당시 1989년 7월 26일 아침과 오후에 각각 자술서를 작성했으며, 다음날 오전 세 번째 자술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박 변호사는 “30년 전 수사에서 검사의 잘못도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현장검증이 검사 주도하에 이뤄졌는데 한쪽 다리를 저는 윤씨가 문턱을 넘으려면 책상을 짚어야 하는데 지문이 없는 등 범인이 아님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검사가) 자백과 감정서만을 토대로 진행한 거 같다”고 주장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가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윤씨는 이춘재의 자백으로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심은 다음주 중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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