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ㆍ한ㆍ중ㆍ일ㆍ호주 등
RCEP 15개국 협정문 타결 선언
인도는 별도 대우 요구, 협의 난항
내년 최종 타결ㆍ서명 추진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사실상 타결됐다. 인도의 불참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종 타결은 실패했지만 전 세계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36억명을 한데 묶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메가 FTA’ 출범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큰 걸음을 내디뎠다. 현재 진행 중인 미ㆍ중 무역전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RCEP 16개국(아세안 10개국,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정상들은 4일 태국 방콕에서 RCEP 정상회의를 갖고, 인도를 제외한 15개국간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2020년 서명을 위한 법률검토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인도는 시장개방 등 세부 협상을 마무리해 합류, 내년 최종 타결 및 서명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초 아세안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 RCEP 최종 타결을 추진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전날 아세안정상회의 개막 기조연설에서 “올해 안에 결론이 나와야 한다”며 회원국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을 닦아가고 있는 인도가 중국 상품의 유입에 대비, 개발단계를 고려한 별도의 대우를 요구하면서 끝내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15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인도가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일이 있고, 모든 RCEP 참여국은 이 문제를 상호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인도의 최종 결정은 이러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15개국이 협상 타결을 선언했고, 이 과정을 인도도 지켜본 만큼 2012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때 개시된 협상은 8년만인 내년 빛을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액트 이스트’(Act East)’ 동력 확보 차원에서도 RCEP을 계속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액트 이스트 정책은 모디 총리가 중국을 견제하고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일종의 동진전략이다. 인도는 또 16개국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 모임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16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RCEP의 지향점을 재확인했다. 현대적이고, 포괄적이며, 수준 높은 상호호혜적 협정을 통해 △규범에 기반한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무역시스템 조성 △공평한 경제발전과 경제통합 심화에 기여하기로 했다.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 행보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로의 경제발전 수준, 문화와 시스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하나의 경제협력지대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RCEP을 통해 무역장벽을 낮추고, 각 국의 규범을 조화시켜 세계 경기하강을 함께 극복해 ‘자유무역’의 가치를 확산하자”고 강조했다.
내년 인도를 포함, RCEP이 최종 타결되면 각국의 비준 절차를 거치게 된다. 발효는 지난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당시 적용됐던 회원국 과반이 비준하면 자동발효하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신남방 국가 대부분이 RCEP에 포함된 만큼 RCEP이 발효되면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방콕=정민승 특파원ㆍ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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