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제2 출발점’ 서다] <2회> 골든 타임이 지나간다 – 전세계 경기 둔화
“해외자본 급격한 이탈 막기위해 경상흑자 등 안전판 마련” 목소리
요즘 불경기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양강인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맞붙고 있고,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이탈(브렉시트)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높은 대외 의존도만 탓해서는 답이 없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계획과 차세대 성장동력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더욱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 둔화 직격탄 맞은 한국
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는 완연한 둔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모인 주요 기관 수장들은 세계 경제의 ‘동반 둔화’를 우려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IMF 총재는 “올해 전세계 90%가 성장률 둔화를 경험할 것이며, 세계경제 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로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여건을 대체로 핑계로만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 중심 소규모 경제인데다 미중 양쪽과 긴밀한 교역관계이기 때문에 국제 경제 여건 악화에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대외여건 악화의 충격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한편으로 문재인 정부가 무역 여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홍춘욱 숭실대 교수는 “무역환경 악화에 대한 정부의 타개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일 갈등 같은 사건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수습될 것인지 경제주체들이 예측할 수 있게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려놓은 산업정책… 금융위기도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최근의 수출 부진이 경기적 요인이나 무역전쟁 외에도 한국의 산업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내수 중심의 구조 전환을 추구하면서 기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무색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적인 산업정책 개편보다는,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재정 지출 같은 단기적 대안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현 정부는 중국발 충격에 대응해 경쟁력을 높일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면서 “전문인력과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든지 기업과 협조해 산업 비전을 밝게 만들어야 하지만, 이런 정책은 5년 내에 효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책은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를 해소해야 하는데 부족했고,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불경기와 관계 없이, 향후 기존의 무역질서 자체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통상분쟁이나 브렉시트 등으로 ‘국제 가치사슬’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이는 한국이 주로 상대하던 국가들이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정부가 개별 기업의 대비 움직임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주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흔들었던 금융위기에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다. 세계경기 둔화가 침체로 이어질 경우 해외 자본이 급격히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경상흑자 △재정건전성 유지 △통화스와프 체결 확대 등 안전판 확보를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과거 금융위기 탈출 과정을 보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한 것이 금융에 대한 신뢰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위기 때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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