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급기야 ‘가스실’을 방불케 하는 독성 스모그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항공편이 무더기 회항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항공기 항로변경, 휴교령, 공사 중단 등 이날 최악의 미세먼지가 야기한 인도 수도 뉴델리의 다양한 백태를 전했다. 우선 인디라간디 국제공항에서 에어인디아 등 37개 항공편이 비행을 취소하거나 종착지를 다른 도시로 변경했다. 가시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아예 기수를 돌린 것이다. 공항 관계자는 CNN에 “시야가 나빠져도 항공기를 띄울 수는 있지만 모든 조종사가 그런 훈련을 받지는 않았다”고 회항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기록된 뉴델리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900㎎/㎥. 세계건강기구(WHO) 안전기준(25㎎/㎥)을 훨씬 초과한 것은 물론, ‘매우 심각’ 수준인 500㎎/㎥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중국 베이징(北京)보다도 7배 높은 수치다. 아르빈드 케즈리알 델리 주지사는 “대기오염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뉴델리가 가스실로 변했다”고 한탄했다.
인도 보건당국은 앞서 1일 뉴델리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시민들에게 외출 및 외부활동 자제를 권유하는 한편, 건설공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각급 학교에도 일제히 휴교령을 내리면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500만개를 배포했다.
뉴델리의 스모그는 11월만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수확을 끝낸 농가가 농작물을 태우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대기 상태를 한층 악화시켰고, 최근 힌두교 디왈리 축제를 기념해 곳곳에서 발사한 폭죽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주에만 델리주에서 3,00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는데, 대기오염 원인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델리뿐 아니라 인도는 세계에서 대기 질이 가장 안 좋은 나라로 꼽힌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대기오염이 심각한 세계 상위 10개 도시 중 7곳이 인도에 있다고 밝혔다. 유엔 보고서에서는 15곳 중 무려 14개 도시가 지목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국은 근본 해결책 없이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해 시민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하쉬 바르단 보건가족부 장관은 이날 “대기오염이 유발하는 질병 예방을 위해 당근 섭취를 권한다”며 사태의 엄중함을 모르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술 더 떠 프라카시 자바 데카르 환경부 장관은 “하루를 음악으로 시작하라”며 관련 음악 링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공분을 자아냈다. 영국 BBC방송은 “인도의 대기오염 수준이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