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15년 만에 개편한 기내 안전영상이 정보 전달력이 떨어져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케이팝(K-Pop)과 한류스타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안전’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4일 오전 7시 45분 출발한 ‘인천~마닐라’ KE621편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한 새로운 기내 안전영상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신규 안전영상은 동남아 노선을 시작으로 전 노선 모든 항공기 ‘기내엔터테인먼트장치(IFE)’에 적용된다.
기내 안전영상은 수하물 보관, 비행 중 사용금지 품목, 전자기기 제한, 기내 금연, 좌석벨트 사인 및 착용, 비상구 관련 내용, 객실 기압 이상 시 행동요령, 구명복 착용 방법 등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반드시 안내해야 하는 사항을 담는다. 신규 안전영상은 SM의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슈퍼엠’과 보아가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안전에 대해 설명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려고 노력했다”며 “파격적인 뮤직비디오 방식으로 기내 안전비디오가 변경됨에 따라 궁극적으로 안전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파격적인 구성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안전에 대한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체 영상 길이는 5분 남짓으로 기존 안전영상과 비슷하지만, 안전에 대한 비중은 확연히 떨어진다.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된 탓에, 아이돌의 노래나 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수하물 적재방법, 비상 탈출 방법 등 안전에 중요한 설명 시간도 기존보다 절반에 불과하다.
영상 구성에 대한 지적도 많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안전 영상인데 산만한 연출로 집중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 첨단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기내를 가상의 미래 항공기처럼 꾸며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부분이 많아 난반사가 있는 IFE 디스플레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도 대한항공의 파격적인 시도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항공사들도 안전영상에 유머코드를 넣거나 음악에 맞춰서 구성하기도 한다. 실제 델타항공, 버진항공, 에어프랑스, 전일본공수(ANA) 등은 유머러스한 영상으로 호평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안전영상에 케이팝을 접목한 점은 파격적이지만, 정작 중요한 안전에 대한 메시지가 부족하다”며 “해외 업체들은 정보 전달력을 위한 파격을 택했지만, 대한항공은 파격 그 자체에 집중한 것 같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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