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 앞서 단독 회동, 징용 판결 후 13개월 만의 대화
文 “고위급 협의를” 아베 “모든 방안 모색” … 징용 해법 이견 여전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깜짝 ‘단독 환담’을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아세안(ASEAN)+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현지시각으로 오전 8시 35분부터 8시 46분까지 11분간 단독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별도로 만나 대화한 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계기 한일 정상회담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지난달 24일 문 대통령의 친서가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전달된 시점으로부터는 11일 만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시한(이달 23일)을 19일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또한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외에도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고, 이에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한일 정상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전격 확인했지만, 한일관계가 악화한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해법에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고 대변인 역시 태국 현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공식 입장은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조성안)이다. 더 제안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를 포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회의 일정을 소화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관련국 정상들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다.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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