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누리양, 5일 직지원정대 추모콘서트서
고(故) 민준영ㆍ박종성 대원 유족 만난다
지난 여름 실종된 지 10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조은누리(14)양과 히말라야에서 실종됐다 1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고(故) 민준영(당시 36세)ㆍ박종성(43)대원이 직지원정대 추모 콘서트에서 조우한다. 무대는 5일 오후 7시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직지의 별’ 콘서트이다.
직지원정대에 따르면 두 대원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콘서트에 조양과 조양 가족이 참석, 두 대원의 유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이들의 만남은 콘서트 준비 과정에서 배명석 충북산악구조대장이 조양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두 대원이 몸담았던 충북산악구조대는 조양 실종 당시 수색 활동에 동참했다. 조양 가족은 고마움의 표시로 두 대원의 유해 수습 비용에 보태라며 후원금을 구조대에 전달했다. 두 대원의 유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헬기사용료, 운구비 등 2,000만원이 소요됐다. 구조대는 이 비용을 네팔 측에 지불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민 후원금을 모금하던 터였다. 조양 어머니는 “은누리 수색에 도움을 줬던 산악구조대에서 후원금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 마음을 전했다. 10년 전 발생한 슬픈 일이지만 늦게라도 대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와 다행”이라고 했다. 이에 구조대가 감사의 뜻으로 조양 가족을 콘서트에 초대한 것이다.
조양의 참석 소식이 알려지자 청주 사창시장 상인들은 행사 주최측인 ‘소셜미디어 태희’에 꽃다발과 편지를 보내왔다. “은누리양에게 꼭 전해달라”는 편지에는 조양을 응원하는 글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은 “조은누리양과 두 직지원정대원은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기적처럼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들이 보여준 희망을 더 무성하고 알차게 키워 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콘서트에서는 유익종, 조덕배, 이동원, 사랑과평화 등이 출연해 서정적이고 친숙한 대중 가요를 선사한다. 듀엣 오버컴브롬(조동욱ㆍ이상권), 한국무용가 유연희, 소리꾼 정소민, 오보에 김상웅 등 지역 예술인들도 협연한다. 두 대원의 활동 모습을 담은 추모영상 ‘직지의 별, 그들의 발자취’도 상영한다.
직지원정대는 이번 공연수익금 일부를 두 대원 추모기념관 건립 기금으로 사용할 참이다. 기념관은 청주고인쇄박물관 인근에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문화재청, 청주시 등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기념관에는 두 대원의 활동을 담은 자료와 시신 발견장소에서 수집한 등산화, 텐트, 아이젠, 로프, 배낭커버 등 유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민준영ㆍ박종성 대원은 2009년 9월 히밀라야 히운출리에서 직지루트 개척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됐다가 10년이 흐른 지난 8월 네팔 현지인에 의해 발견됐다.
두 대원이 속한 직지원정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충북산악구조대를 주축으로 2006년 결성한 등반대다. 원정대는 히말라야의 이름없는 봉우리를 등정하거나 신루트를 개척해 직지 이름을 붙이는 도전에 나섰다. 두 대원은 2008년 6월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산군의 무명봉(해발 6,235m)에 세계 최초로 올라 직지봉이라 이름 지었다. 이는 히말라야에 있는 유일한 한글 이름 봉우리이다. 두 대원은 높이보다 등반 과정을 중시해 어렵고 험난한 코스를 개척하는 알피니즘을 추구했다. 이런 두 대원의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충북지역 산악인들은 실종 이듬해 히운출리 베이스캠프에 추모탑을 세우고 매년 추모 등반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청주고인쇄박물관 내 직지교 입구에 두 사람을 기리는 추모조형물과 추모비를 설립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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