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제2 출발점’ 서다] <2회> 골든 타임이 지나간다 – 확장적 재정정책
“예상보다 국가 채무 더 늘 것” “오히려 과감히 풀어야” 팽팽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맞서 문재인 정부가 선택한 돌파구는 확장적 재정정책이었다. 특히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문 정부의 구호와 고령화 추세가 맞물려 복지예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도 당장의 재정 확대 필요성은 대체로 인정한다. 다만 늘린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과, 향후 급증할 게 뻔한 재정의 속도를 제어할 준칙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재정 급팽창에 엇갈리는 시각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도 예산안에 올해 대비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을 편성해 2년 연속 재정 지출을 9%대로 늘릴 참이다. 정부 예산 규모는 2017년 처음 400조원을 넘긴 뒤 불과 3년 만에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성장률 1.0%(전기 대비) 가운데 정부 지출의 기여도가 1.2%포인트로 집계되는 등 단기적인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지금의 지출 확대는 미래의 더 큰 비용을 막는 적극적 투자 개념”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확장재정 불가피성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오히려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현재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더 과감하게 재정 투입을 해야 한다”며 “늘어난 예산에는 금융융자 등 정부가 되돌려 받을 사업이 많아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영철 글로벌정치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불황이 심각할 때 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투입하는 것은 거시경제의 기본”이라며 “지출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하락해 조세수입이 줄고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재정 확대는 독이 될 거란 우려가 만만치 않다. 다수 전문가들은 불과 4년 뒤인 2023년 40% 후반대(46.4%)까지 치솟을 전망인 국가채무 비율(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우려한다. 현재를 위해 쏟아부은 재정이 미래를 발목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불경기로 세금이 덜 걷힐 수 있는데, 정부가 이런 부분은 간과하고 있다. 정부 예상보다 더 급격히 국가채무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에 D1(국가채무)이 46.4%까지 늘어나면 사실상의 국가 책임인 D3(공공부문 부채)는 70%를 넘어가게 된다”(김상봉 한성대 교수), “채무 증가에 관성이 붙으면 훨씬 위험한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우려의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저작권 한국일보] 재정 수입 전망 및 지출 계획 그래픽=송정근 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19/11/04/201911041643341297_8.jpg)
◇“더 늦기 전에 재정원칙 세워야”
특히 복지재정 부담은 복지사회 전환 및 고령화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년도 보건ㆍ복지ㆍ고용 예산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181조6,000억원이고, 이중 의무지출 비중은 67.5%에 달한다. 이 분야 예산은 2023년까지 연평균 9.2%씩 증가해 총지출 증가율(6.5%)을 웃돌고, 의무지출도 매년 8.9%씩 급증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미래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재정 준칙’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20년도 예산안 분석 종합’에서 “중기 재정운용 목표의 지속적인 완화 현상은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이 없는 데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 역시 “현재 (재정팽창) 속도를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준칙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그간 국가채무비율 40%를 암묵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왔지만, 아무런 강제성이 없었다.
급증하는 복지 예산을 낭비하지 않을 방안도 요원하다. 이수형 서강대 교수는 “복지비용 증가를 논하기 전에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출만 늘리면 이해관계자만 늘어날 뿐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정책 집행이 되지 않으니 오히려 실무자들이 이런 혜택이 있다고 홍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은 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기존 정책에 추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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