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 앉아 함께 TV를 보고, 서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리모컨을 차지하려 경쟁을 벌이던 건 옛날 일이 됐다. 미디어는 이제 각자의 방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 개인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다. 인터넷(IP)TV 서비스 ‘올레tv’를 운영하고 있는 KT가 개인화 흐름에 따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강화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취향의 콘텐츠를 즐기는지 학습한 AI가 각각의 시청자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KT는 1개의 IPTV에 최대 4개까지 계정을 설정해 계정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서비스는 이달 12일부터 ‘올레 tv UHD 셋톱박스’와 ‘기가지니 셋톱박스’에서 시작되고 다른 기종 셋톱박스에도 점차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AI 큐레이션에서는 ‘우리집’ 계정을 기본으로 두고 개인별 계정을 3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우리집 계정은 가족 모두의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콘텐츠가 추천되고 개인별 계정을 선택하면 각자의 시청 이력을 분석한 AI가 좋아할만한 주문형비디오(VOD), 실시간 채널 등을 추천한다. 평소 멜로를 즐겨 봤던 이용자라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이, 액션을 좋아하는 이용자에겐 ‘분노의 질주’가 추천되는 식이다.
KT는 이 서비스를 위해 올레tv 가입자 820만명의 VOD, 실시간 채널, 올레tv 모바일 시청이력 등을 분석했다. 향후 홈쇼핑이나 광고 시청 이력까지 데이터 분석 범위를 확대해 추천 서비스를 더욱 정교화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등장 이후 통신사와 방송사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과 함께 출범한 SK텔레콤의 OTT ‘웨이브’가 대표적이며 ‘티빙’을 운영 중인 CJ ENM도 JTBC와 통합 OTT를 내놓을 예정이다. OTT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철저한 취향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추천인데,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건 AI 기술이다. 넷플릭스는 풍부한 콘텐츠와 정교한 추천 서비스 덕에 세계 1위 OTT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에 KT는 신규 OTT를 내놓는 대신 IPTV에 AI 추천 기능을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송재호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은 “고객에게 중요한 건 OTT냐, IPTV냐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최적의 조건으로 보는 것”이라며 “개인화 기반으로 AI 추천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레tv에 올레tv 모바일 아이디를 연결해 두면 모바일로 즐겼던 이력까지 학습해 정교한 추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KT는 신용카드 크기 만한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로 집 안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해 설치할 수 있는 ‘UHD 4’ 셋톱박스와 TV가 없어도 가상현실(VR) 기기만 머리에 쓰면 올레tv 콘텐츠를 VR로 즐길 수 있는 ‘슈퍼VR tv’ 요금제도 출시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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