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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영웅’ 오재일 “두산 이적 때 ‘열심히 아닌 잘하겠다’ 한 약속, 이제 지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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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영웅’ 오재일 “두산 이적 때 ‘열심히 아닌 잘하겠다’ 한 약속, 이제 지켰네요”

입력
2019.11.0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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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오재일(두산) 선수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오재일(두산) 선수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12년 7월 9일 넥센에서 1대1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33)은 두산 팬들에게 그리 환영 받지 못했다. 2010년 24홈런을 친 이성열(35)을 주고 2011년까지 통산 2홈런에 불과했던 오재일을 받자 ‘손해 본 트레이드 아니냐’라는 두산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런 반응을 모를 리 없었던 오재일은 “경기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는 누구나 다 하기 때문에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겠다”고 이적 소감을 밝혔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오재일은 ‘가을 영웅’으로 우뚝 섰다. 키움과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끝내기 안타, 우승을 확정 짓는 4차전 연장 결승 2루타 등 타율 0.333(18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이번 활약으로 지난 시즌 ‘가을 악몽’을 말끔히 씻어내고 어깨를 당당히 폈다.

우승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4일 잠실구장에서 본보와 만난 오재일은 “푹 쉴 수는 없지만 즐거운 축하 자리가 많아 잘 다니고 있다”며 “주인공이 됐다는 생각보다 3년 만에 우승이라 기분이 더 좋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최종일에 극적인 역전 우승 그리고 한국시리즈 사상 첫 1~2차전 끝내기 승리 등 ‘미러클 두산’의 중심에 선 그는 “우승 순간 눈물을 흘리는 동료들이 있었지만 난 너무 좋아서 그런지 울음이 안 났다”며 “다만 2차전에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치고 우는 모습에 감정이 이입돼 나도 울컥했다”고 돌이켜봤다.

지난해 SK와 한국시리즈 당시 오재일과 박건우는 극도로 부진했다. 오재일은 16타수 2안타에 그쳤고, 박건우는 21타수 1안타로 바닥을 쳤다. 하지만 둘은 나란히 1차전과 2차전에서 나란히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치고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오재일은 “아무리 지난 일을 잊으려고 해도 생각이 안 날 수 없다”며 “건우가 타석에서 느끼는 부담감을 잘 알고 있어 그 마음이 매우 잘 이해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오재일이 4일 잠실야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오재일이 4일 잠실야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7년 전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을 때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서도 뿌듯해했다. 그는 “프로에 온 다음 기대를 많이 받고 인터뷰 때마다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했는데 생각해 보니 누구나 다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한다. 두산에서는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마음에 ‘잘하겠다’고 다짐했고, 이제 그 약속을 지킨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5년과 2016년 팀이 2연패 했을 때는 각각 5타수 무안타, 17타수 1안타로 주연이 되지 못했다.

2005년 현대 입단 후 이숭용, 넥센 시절엔 박병호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오재일은 두산에 오면서 내향적인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려고 했다. 두산 선배들은 말 수가 적은 오재일에게 “감정을 표출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재일은 “너무 내성적이다 보니까 내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았다”며 “감정을 드러내야 타격 감이 안 좋을 때 빨리 이겨낼 수 있고, 타석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격이 바뀌어 우승 후 마이크를 잡고 팬들을 향해 ‘세이 오~’라는 표현으로 호응을 유도한 건지 묻는 질문엔 “그건 (오)재원이 형이 시켰다”면서 “사실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던 상황에서 시키는 대로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오재일이 4일 잠실야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오재일이 4일 잠실야구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마지막으로 오재일은 오랜 시간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자신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길 바랐다. 그는 “야구가 잘 되든, 안 되든 어떤 순간에도 묵묵하고 성실하게 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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