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역대 한일 정상회담에선 어떤 얘기 나왔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서 사전 환담을 가지며 한일 정상이 13개월 만에 단독으로 만났다.
한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경색된 만큼 두 정상이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이 예정된 리커창 중국 총리를 비롯해 인도, 메콩 국가 정상들과 별도 회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문 대통령과의 일정은 없었다.
한일 정상의 단독 환담은 문 대통령이 회의장에 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이끌어 이뤄졌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오늘 자리는 미리 협의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회담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환담이라고 표현했다”며 이번 만남이 즉석에서 성사된 것임을 강조했다.
무역 분쟁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독대한 자리였지만 환담은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고 알려졌다. 지난 6월 G20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의 교류가 ‘8초 악수’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두 정상의 단독 회담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박근혜 정부 때 설립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후 10개월이 지난 올해 7월 재단의 등기 해산 절차가 마무리되며 일본은 본격적인 보복 체제에 돌입했다.
두 정상은 그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에도 만났다. 한일 위안부 합의, 한반도 비핵화, 한미군사훈련 등에 대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양국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한 아베 총리에게 “이 문제는 우리 주권의 문제이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며 “아베 총리께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일 정상이 두 번째로 만난 2017년 9월 정상회담은 긴장감이 팽배했던 최근 두 번의 회담보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중이었던 두 정상은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당분간 과거사 문제를 부각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의 첫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2개월 후인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이뤄졌다. 양국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쿄 방문 이후 중단됐던 정상 간 셔틀 외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조기 방일을,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요청했다. 양국은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뜻을 모았으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가 위안부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지혜롭게 해결해야 나가야 한다”며 일본을 견제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