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1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카프룬(Kaprun)의 알프스 산맥 스키 휴양지 키츠슈타인호른(Kitzsteinhorn) 경사 케이블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 155명이 숨졌다. 자체 동력 없이 케이블로, 상행 하행 교차하는 ‘푸니쿨라(funicular)형’ 열차였다. 열차 출입문을 여닫는 등의 역할을 하는 운행관리원이 갖다 둔 난방용 전기히터에 유압브레이크용 오일이 점화돼 일어난 참변이었다.
열차는 산 아래 역에서 슬로프 정상까지 30도 경사의 3.9km(1만2,800피트) 구간을, 9분 동안 시속 25km 속도로 오갔다. 상행 시작 지점서 약 600m는 지상 구간이지만 이후 종점까지 3.3km는 산 속 터널 구간이었다. 화재는 터널 안 약 600m 지점서 시작됐다. 정원 180명인 열차에는 스키 시즌을 맞아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온 승객 161명과 운행관리원 1명이 타고 있었다. 밀폐된 열차 안에서 일어난 불이었다. 강화유리라 창문도 깨지지 않았고, 터널 속이라 휴대폰도 연결되지 않았고, 연기 경보 장치도 비상 수동 개폐 장치도 없었다. 승객들은 무방비로 독성 연기에 노출됐다. 뒤늦게 화재 사실을 안 통제센터는 문을 개방하려 했으나 화재로 개폐 동력 케이블이 타버려 작동하지 않았다. 어렵사리 창문을 깨고 일부 승객이 탈출했으나 선로 아래로 내려간 12명만 살고, 위로 탈출한 이들은 모두 질식사했다. 슬로프 정상 역무원 3명과 하행 열차 승객 2명도 희생됐다.
열차는 1974년 가동을 시작했다. 대당 고작 4명을 수용하던 기존 케이블카에 비해 수송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속도도 빨라졌다. 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워낙 구조가 단순한 데다 자체 연료나 전기 동력으로 구동하는 형식이 아니어서 사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한다. 모든 사고의 주요인이자 변수인 인간(의 안전불감증)의 존재를 그들은 무시했다.
사고 후 케이블 열차는 터널과 함께 참사의 유물로 보존됐다. 현재는 24인승 곤돌라 리프트가 가동되고 있다. 참사 이후 세계는 푸니쿨라형 열차의 객차 내 비상 통신 설비와 수동 개폐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안전 조치들을 시행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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