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스포츠 시대 학교체육부터 시작을’ <2> 뉴스포츠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뉴스포츠’ 붐이 불고 있다. 축구 농구 등 틀에 박힌 학교 스포츠 종목과 달리 배우기 쉽고 몸에 무리도 없는데다 쏠쏠한 재미에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제12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플라잉디스크 대회가 열린 2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전국 시ㆍ도대표 80개팀 1,6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 천연색의 유니폼을 맞춰 입은 초등부 학생들이 시합 전 원반을 던지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전국소년체전 초등부 여자배구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이수인(유영초6)양은 뉴스포츠 중 하나인 플라잉디스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털어놨다. 배구도 좋지만 친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어 플라잉디스크를 시작했다는 ‘통영소녀’ 수인이는 “춘천까지 오는데 7시간이나 걸렸어요. 아쉽게 첫 경기는 졌는데 다음 경기는 아마 이기겠죠?”라며 까르르 웃었다.
뉴스포츠는 경쟁 중심의 근대적 체육교육에서 탈피해 모두가 즐기는 생활체육을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2000년대 초반 한국에 도입됐다. 추크볼(공을 던져 튕긴 공을 받지 못하게 하며 네트에 골을 넣는 핸드볼형 종목)과 킨볼(크고 가벼운 공을 주고 받는 배구형 종목), 스파이크볼(4명이 텀블링을 해가며 토스 및 스파이크를 하는 배구형 종목) 등이 전통 스포츠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대표적 뉴스포츠들이다.
뉴스포츠가 ‘동네놀이’ 느낌을 주는 이유는 규칙이 유연하고 간편해 학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익힐 수도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포츠클럽과 방과 후 동아리들이 뉴스포츠 전도사 역할을 도맡았다.
그 중에서도 플라잉디스크 ‘얼티미트’는 럭비에 원반 던지기를 접목시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각 팀 선수 7명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며 진행되는데, 땅에 원반을 떨어뜨리지 않고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팀 엔드존까지 도착하면 1점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공격 시 원반을 잡으면 제 자리에 멈춰 서서 패스를 해야 하며 수비 시엔 신체 접촉 없이 원반을 가로채야 하는 것이 포인트다.
아이들은 플라잉디스크의 매력으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호현 동일초 강사는 “운동신경이 좋은 친구는 3일, 그렇지 않은 친구도 일주일이면 포핸드부터 백핸드 던지기까지 쉽게 배울 수 있다”며 “기술이 거의 없어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여기에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까지도 플라잉디스크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는 학교체육과 뉴스포츠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고민범 제주중앙초 담임교사는 “축구나 농구는 잘하는 아이들, 즉 ‘주류’가 생기기 마련이라 다른 친구들은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플라잉디스크는 동료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가 참여해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덩치가 크고 운동신경이 좋은 학생들로 구성된 팀도 호흡이 잘 맞는 팀을 만나면 쉽게 이길 수 없다. 정규현ㆍ안찬훈ㆍ이태경ㆍ정윤호(울산 양지초6)군은 입을 모아 “우리 전략은 ‘티키타카’”라며 “키는 작지만 다들 발이 빠르고 눈빛만 봐도 서로 마음을 알아서 짧게 짧게 잘라 들어가 점수를 많이 낸다”며 미소 지었다.
‘1인 1스포츠’의 생활체육을 표방하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ㆍ준우승팀을 가리지 않았다. 승패는 있지만, 탈락의 개념 없이 모든 팀이 대회 마지막날까지 동일한 수의 경기를 치른다. 교체에도 제한이 없어 지도교사들이 모든 아이들에게 뛸 기회를 준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해 경기 후 선수들은 상대팀 선생님과 부모, 심판진에게 일렬로 서서 인사를 한다. 함께 즐기는 축제 한마당이다.
학부모들도 만족스러운 눈치다. 부상 위험이 적고, 비용도 다른 종목에 비해 적게 든다. 신체 접촉이 허용되지 않아 부딪칠 일도 적고, 원반도 우레탄폼으로 제작돼 푹신한 재질이다. 또 필요한 장비는 운동화와 원반이 전부다. 일주일에 주 2회, 방과 후 수업을 활용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데도 효과 만점이다.
줄곧 딸 김지인(동일초6)양의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홍선용(41)씨는 “엘리트 스포츠가 아니라 아이들이 부담 없이 즐겁게 할 수 있다”며 “체력을 기를 수도 있고, 교우 관계에도 도움이 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미경 동일초 교감은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며 “누구나 쉽게 참여해 자신감을 되찾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뉴스포츠의 매력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춘천=이승엽 기자 sylee@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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