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언론 공보준칙을 개정할 때 최근 법무부가 마련한 공보준칙을 참고하되 논란이 된 부분은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법무부는 오보를 낸 언론은 검찰청사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새 공보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민 청장은 4일 서울 서대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해결하려면 관련 입법이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다만 그 전이라도 국민의 요구에 맞춰 경찰의 공보규칙도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마련한 새 공보기준을 준용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법무부 안이 기존 공보규칙을 좀 더 구체화했기 때문에 우리도 참고할 부분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 공보규칙 중 최근 논란이 된 부분은 참고하지 않겠다고 했다. 법무부가 마련한 새 공보기준은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이 중 오보를 낸 기자는 검찰청사 출입을 금지시키고, 검사나 검찰수사관은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와 개별 접촉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오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보도 내용에 따라 법무부나 검찰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비판과 검찰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민 청장은 “법무부 훈령을 살펴보더라도 논란이 된 부분은 참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문 경찰청 수사국장은 “(입법 전) 경찰의 공보규칙을 세부적으로 조정할 때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다만 경찰의 입장은 국회서 법률로 만드는 게 우선이고 법이 마련되면 거기에 맞춰 공보규칙을 만들겠단 것이어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서 입법이 마무리되면 거기에 맞춰 공보규칙을 손보되, 법무부처럼 무리하게 공보규칙을 고치진 않겠다는 의미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부터 법무부에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개선하잔 취지의 협조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이미 법무부가 자체 공보기준을 발표한 상황에서 추후 다시 법무부와 협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민 청장은 “법무부가 새 공보기준을 만든 뒤 경찰에 의견 조회 요청을 했는데 그때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부도 이 의견에 공감할 걸로 본다”고만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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