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추락헬기 인양중 실종자 유실
해경 “수중 정밀수색할 것” 당혹
실종자 수습방식 놓고 논란 예고
응급환자를 옮기려다 독도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사고 나흘 만인 3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당초 헬기 내에 있다고 알려진 실종자가 인양 과정에서 유실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날 오후 기자 브리핑을 갖고 “해군 청해진함이 추락헬기를 갑판까지 들어올렸으나 내부 수색 결과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실종자는 인양 시 파손된 기체 일부와 함께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경 등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헬기 동체 내에 실종자로 추정하는 발 부분이 보인다고 밝혔었다.
해경은 헬기 동체 주위에 그물망을 이중으로 설치했으나 떨어져 나간 기체와 내부 장비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안전망이 훼손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당국의 실종자 수습 방식을 놓고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인양 작업을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색당국은 이날 오전 8시 48분부터 헬기 추락 지점 주변에 유실방지 그물망을 설치하고, 동체에 줄을 연결해 인양 준비를 했다. 이후 오전 11시 32분쯤 수심 78m에 가라앉아 있던 동체를 수심 25m 지점까지 끌어 올린 뒤, 오후 2시 4분쯤 인양을 완료했다.
지난달 31일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62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헬기 동체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조종석과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추락 당시 충격을 짐작케 했다. 당국은 인양한 헬기 동체를 포항항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옮긴 뒤 사고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당국은 실종자가 인양 도중 유실되자 당혹스런 모습이다. 해경 등은 “실종자가 소방헬기 동체 인근에 있을 것으로 보고 해군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부터 사이드스캔 소나와 해저지형 자료 등을 지원 받아 정밀수색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수중 정밀수색은 4일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울릉읍 저동리 어업인복지회관에서 초조하게 헬기 인양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도 인양된 헬기에서 추가로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긴 한숨만 내쉬었다.
울릉도를 떠난 실종자 가족 20여명도 여객선터미널과 해군 헬기장을 향하며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이었다. 계속 눈물을 쏟아내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일부는 부축을 받으며 겨우 걸음을 뗐다. 시신 확인에 나선 한 유가족은 실신해 응급실로 옮겨져 링거를 맞기도 했다. 울릉군보건의료원 관계자는 “실종된 소방대원의 아내가 실신해 응급실로 옮겨 링거를 놔주고 심리치료사가 바로 달려가 안정시켰다”고 말했다.
자신의 동료가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것을 본 중앙119 구조본부 소방대원들도 흐느꼈다.
경북 포항남부소방서에 마련된 사고대책본부 가족 대기실과 수습된 시신 2구가 안치된 대구 동산병원 장례식장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도 기상 악화로 추가 수색이 어렵다는 말에 어두운 표정으로 외부와 접촉을 피했다.
수습한 시신 2구는 유전자(DNA) 분석 등을 통해 부기장과 헬기 정비를 담당하는 정비실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장례절차는 이날 오후까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울릉=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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