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만남 제의 후 2주 넘게 대화 외면… 중진들은 통합 논의 촉구
지역구 조정 등 한국당 내부 갈등 불가피, “黃, 입지 약해 관철 못해” 분석도
자유한국당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핵심과제로 보수통합이 꼽히지만 당 지도부 주도의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총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만남 제의에 응답하지 않으면서다.
황 대표는 유 의원이 바른정당계ㆍ국민의당계 의원들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출범한 이래 보내는 대화 제안을 줄곧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유 의원이 본보 인터뷰를 통해 “보수 재건을 위해 황 대표를 만날 생각이 있다”고 하자, 황 대표도 곧바로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다”고 호응하면서 한때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로 한국당 측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지난달 말엔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 정진석 의원 등이 나서 통합 논의를 촉구하고, 친박계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연내 통합이 안 되면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제3지대에서 보수통합을 하자는 구체적인 안까지 제시했지만, 황 대표는 뚜렷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보수통합은 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의원에게 아무래도 더 절실한 과제다. 보수의 텃밭인 영남권 의원들과는 온도 차가 있다. 특히 이 지역 의원들은 주로 친박계다. 친박계 의원들은 “찬반을 떠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의원의 제안에 대해 그리 호응하지 않는 편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서 “친박이 친황(친황교안)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계가 황 대표의 당내 주요 지지 기반이라는 점이 황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황 대표는 위기 상황에 보수통합을 레토릭으로 활용했다가 당내 반발이 나오면 다시 거둬들이는 등 통합 의지를 일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입지가 확실치 못해 반발을 뚫고 논의를 관철할 힘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황 대표 측도 통합 논의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분출된 반문재인 정서를 끌어안으려면 보수통합이 필요하며, 총선에서 TKㆍPK만 이겨 영남당으로 전락하는 것은 황 대표에게도 최악의 결과라는 것이다. 다만 탄핵 때 생긴 감정의 앙금이 가라앉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황 대표 측은 말한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보수통합의 필요성엔 당내 의원 90% 이상이 동의하겠지만 통합방식 등 각론에서 이견이 많다“며 “황 대표가 결심이 서면 당내 의견 수렴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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