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남성 청년대변인이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관련해 ‘김지영이 겪은 일들을 일반화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논평을 내 빈축을 샀다. 민주당은 논평이 나온 지 사흘 만인 3일 “당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며 논평을 철회했다. 그러나 정당의 공식 입장인 논평을 제대로 조율, 검증하지 않고 내보낸 것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
장종화 청년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김지영이 겪었던 일 중에 한 두 가지는 우리 모두 봤거나, 들었거나, 겪었다”면서도 “이 사회의 모든 여성이, 특히나 영화의 제목처럼 82년생 여성이 모두 김지영의 경험을 ‘전부’ 공유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장 대변인은 ‘남성도 여성처럼 차별 받는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초등학교 시절 단순히 숙제 하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스윙 따귀’를 맞고, 스물 둘 청춘에 입대해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고 했다.
이는 성차별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한 논지였다. 소수자 감수성이 떨어지는 논평을 진보 정당의 ‘청년대변인’이 냈다는 점, 성평등 운동에 위기감을 느끼는 일부 ‘남성 청년들’의 목소리만 대변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김민석 민주당 관악갑 대학생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차별을 대하는 시선에서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대변인도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를 두고 여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 고작, 남자도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고 꼬집은 뒤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런 거라면 너무 암울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논평을 철회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당 관계자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과 다른 내용의 논평”이라며 “당 공보국에서 사전에 내용을 검토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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