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페루 남부 쿠스코주 친체로시 해발 3,700m 고원.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팔을 뻗어 친체로 국제공항이 들어설 부지를 가리켰다. 수풀이 가득한 완만한 언덕에는 아직 공사 시작을 알리는 팻말은 없었다.
안데스산맥의 만년설 봉우리들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이 2024년이면 4㎞짜리 활주로를 가진 국제공항으로 변신한다. 페루 정부는 이곳에 5억달러(약 5,800억원)를 들여 친체로 신공항을 건설한다.
한국공항공사가 이끄는 ‘팀코리아’ 컨소시엄은 친체로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에서 350억원 규모의 사업총괄관리(PMO) 사업을 맡았다. PMO는 발주자인 페루 정부를 대신해 건설·시공사 선정과 공정 관리, 공항 시운전까지 사업 진행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이날은 팀코리아가 정식으로 사업에 착수하는 날이었다. 계약을 이끌어온 손 사장은 이날 현장을 처음 시찰했다. 손 사장은 “세계가 아끼는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의 관문 공항을 어떻게 세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산업 특성상 세계의 모든 항공업계가 우리를 지켜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보여 주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공항공사가 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공사의 연간 매출액(2018년 9,000억원)을 고려하면 규모가 크진 않다. 손 사장은 “이 사업은 액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남미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공항을 건설한다면 이 지역에 한국을 알리기에 그만한 홍보가 없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하는 역할인 PMO 사업은 건설사업에서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프로젝트로 꼽힌다"며 "부가가치도 크기 때문에 투입하는 비용 대비 수익이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 사업을 토대로 중남미 지역에서 해외공항사업 확대를 꿈꾸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전체 공항의 90% 이상이 중소형이다. 한국공항공사는 40년 동안 국내에서 김포공항 등 중소형 공항 14곳을 운영해 경험이 풍부하다. 손 사장은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중남미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쿠스코(페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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