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입학처장협 “부적절” 공식 반기
헌법 ‘대학 자율권’ 침해 목소리도 거세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서울 주요 대학들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학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본격적인 반발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정시 ‘30% 이상’ 권고안이 나온 지 1년 여 만에 교육계 안팎에서 “정시 비율을 최대 50%까지 늘릴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그 동안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던 대학들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당사자인 학생 및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대입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며 정부의 정시 확대 추진을 비판했다. 전국 200여개 대학의 입학업무를 총괄하는 입학처장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2022학년도 수능위주 30% 이상 등이 권고된 상황에 한 번 시행도 해보기 전에 재논의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현행 수시전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주문에 일부 대학들에선 “(선발)자율권 침해” 주장이 산발적으로 나온 것과 달리 대학 협의체가 공식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협의회 소속인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마다 선발 전략이 모두 다른데 정부의 획일적인 조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입장문이 나온 배경을 귀띔했다.
대학들은 주로 대입제도에 관한 정부 방침이 “종잡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번 정시 확대 방침은 지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정시 축소 기조를 한 번에 뒤집는 방향인 데다, 불과 1년 여 전 공론화 결정(정시 30% 이상) 까지 무력화시키는 결과란 비판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그 동안 수시 비율을 늘리라고 해 매년 입학사정관들을 채용해 왔다”며 “많이 뽑으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180도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대학의 학생 선발 비율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근본적인 비판도 나온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 헌법(제31조4항)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대학은 헌법상 자율권을 가지는 조직”이라며 “입시 전형이나 선발 비율 등은 특히나 당론이나 정부 방침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최태호 한국대학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역시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전형은 기본적으로 선발 주체인 대학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정책”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서 예고한 대로 서울 주요 대학들의 정시 확대 비율과 시기 등이 담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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