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적 쇄신 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조기 총선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 카드를 꺼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총리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복귀해 직접 출마하거나 선거를 지휘하는 등 무게 있는 역할을 하리라는 건 여권에서 기정 사실로 여겨져 왔다. ‘시기만 남은 문제’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조국 사태’를 다소 미온적으로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총리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일 “정기국회가 끝나면 12월 10일부터 선대위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조국 사태로 민주당이 입은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 당직 개편 등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사실상 물리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총선이 다섯 달밖에 안 남았는데, 지도부가 물러나라는 건 선거를 포기하라는 이야기”라고 했었다. 이에 이 대표가 자신을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측근은 3일 본보 통화에서 이 대표가 조기 선대위론을 띄운 배경에 대해 “당의 모습을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많은 목소리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장은 인적 쇄신을 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당 지도부를 개편하는 대신,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해 쇄신 요구에 화답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바꿔 말하면, 선대위가 뜨는 12월까지는 적극적인 ‘쇄신 액션’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나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가 총선 간판으로 나서는 것을 우려하는 당내 시각도 없지 않다. 조국 사태 이후 이 총리 쪽으로 눈을 돌리는 당내 인사들이 많은 이유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총선은 쇄신과 변화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선대위 출범 때 새로운 인물이 전면에 서지 않는다면 우리도 한국당과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 인사 말고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지만,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총선만큼 중요한 변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총리의 조기 복귀도 불가능한 카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총리 후임 인선 여부 등을 이 총리 복귀 시점을 가를 변수로 꼽았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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